청주약국~북문 1층 주요매장 16곳 빈점포 8곳 2년째 공실

성안길에 위치한 상점들이 임대표지를 내걸었다. 이곳 800여 개의 점포는 30%의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 이규영
성안길에 위치한 상점들이 임대표지를 내걸었다. 이곳 800여 개의 점포는 30%의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 이규영

[중부매일 이규영·이완종 기자]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개인적인 사유로 잠시 가게 문을 닫게 됐습니다."

충북도내 영세 자영업자들이 경기불황 장기화에 따른 경영악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잇따라 폐업을 결정하고 있다.

증평군에서 60여 년간 중화요리전문점을 운영했던 A(66)씨는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A씨는 아버지로부터 가게를 물려받아 2대째 운영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갑작스런 고용환경의 변화로 가게 문을 굳게 닫을 수밖에 없었다.

경제불황의 장기화에 따른 매출 하락과 더불어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으로 크게 상승한 인건비로 가게 운영에 빨간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6명(홀·주방·배달)에 달했던 직원을 3명으로 줄였다. A씨는 짬이 날 때마다 직접 음식 배달도 해봤다. 그러나 버겁기는 마찬가지 였다. 그래서 끝내 휴업을 결정 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배달직원들이 월급을 300만원까지 요구했다"며 "매년 매상이 줄어드는데 인건비는 올라 인원을 대폭 감축하고 직접 음식배달도 해봤지만 가게경영은 더욱 악화됐다"고 토로했다.

과거 청주의 유통 중심지였던 성안길도 옛 명성이 무색해질 만큼 유령 상가들이 늘었다.

성안길에 위치한 800여 개의 매장은 30%의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청주약국에서 북문까지 이어지는 중심가 1층 주요 매장 16곳은 빈 점포로 유지되고 있으며 이중 8곳은 2년 이상 입주가 되지 않는 등 심각한 상황이다.

이곳에서 속옷 브랜드 매장 3개를 운영하는 B(58)씨는 최근 2년 새 매출액이 30% 가까이 떨어졌다고 했다.

B씨는 "지난 1987년 청주에 터를 잡은 이후 이렇게까지 어려웠던 적은 없다. 매출액은 점점 떨어지지만 임대료·인건비 등 고정비는 여전해 부담스럽다"며 "적지않은 임대료 탓에 이제는 매장 한 곳을 접고 나머지 두 곳에만 집중해야하지 않나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기관에서 주최하는 '상인 간담회' 등에서 매번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되는 부분이 없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프랜차이즈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C씨도 본사에 고정적으로 납입해야하는 비용을 내지 못해 폐업을 고민 중이다.

C씨는 "매월 말 본사에 납입금을 지출해야하는데 매출액이 일정수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카드사 등에 현금서비스를 받을 때도 있다"며 "현금서비스를 받게 되면 신용도가 떨어지는데 매번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자영업자 모두가 신용불량자가 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젊은층이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산남동 상권도 위기는 마찬가지다. 이곳 전체 400~500곳에 달하는 점포도 공실률이 30%에 이른다. 지난해에만 15곳이 폐업했고, 매년 10%씩 늘어나는 추세다.

김동수 산남동상인번영회 회장은 "재래시장의 경우 온누리상품권, 간이과세 등 실질적인 혜택이 있지만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는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없다"며 "일자리 안정자금도 급여가 적은 소규모 점포에선 지원받을 여건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다간 소상공인 모두 전멸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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