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협력단장

'미래는 규제할 수 없다'

작년 하반기에 발간된 저서의 제목이다. 우리나라의 규제 문제를 진단하고 분석한 책이다. 혁신적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국내 규제정책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는데 혁신성장을 추구하는 정부 정책과 맞닿아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진행형과 미래를 언급하고 있지만 과거형이 되어버린 씁쓸한 사례들은 뼈아픈 메시지를 던져준다. 1997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파일로 음악을 재생하는 MP3플레이어 원천기술을 개발한 '디지털캐스트', 2000년대 초 벤처붐을 일으킨 새롬기술의 '다이얼패드', 도토리 광풍을 일으킨 '싸이월드', 1인 방송시대를 연 '아프리카TV', 2004년 유튜브보다 먼저 오픈한 세계 최초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 '판도라 TV' 등 혁신적 토종 플랫폼 서비스 중에서 일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일부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고 있다. 이미 국내 플랫폼 시장은 위기라고 단정한다. 그 원인은 기술도 인재도 아닌 규제라고 결론짓는다.

지금 세계 각국은 4차 산업혁명의 급변하는 시대 흐름 맞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에서도 규제개혁을 천명하면서 도전하는 연구자들을 응원하고 혁신 기업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충북에서 이와 관련한 행사들이 연속해서 열리고 있다. 지난 2월 말 더불어민주당 현장 간담회에 이어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지역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규제혁신을 논의하는 행사를 가졌다.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본격화하는 행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사뭇 다르다. 박근혜 정부에서 최초로 규제 '임시허가'를 받아놓은 중소기업이 정식허가가 나지 않아 문재인 정부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다시 신청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임시허가 뒤 정식허가를 받기 위해 필요한 법령 개정 등 후속조치가 끊긴 탓이다. 또한 경제전문가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기업규제 수준이 선진국 대비 높다고 응답한 비율이 71%에 달했다. 규제혁신을 외치지만 현장의 체감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증거다.

미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패권 전쟁은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최대의 모바일 전시회 'MWC 2019'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5G 기술의 향연을 펼쳤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과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업간거래(B2B) 서비스 등 다양한 혁신 기술을 선보였다. 4G보다 20배 빠른 5G는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바꿀 기세다. '초고속·초연결·초저지연'의 5G 특성이 향후 어떻게 진화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각국의 공세적 스타트업 육성, 규제혁신이 자리 잡고 있다. 각국은 민간의 역량과 자원을 적극 활용하고 더 많은 시도와 도전이 이뤄지도록 규제를 최소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눈여겨 봐야할 상대는 'MWC 2019'에서 두각을 나타낸 중국이다. 현재 중국을 있게 한 전환점은 2017년 6월 국무원 상무회의 석상에서 했던 리커창 총리의 발언이었다.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면서 누가 시대 변화와 소비자 니즈를 충족할지는 시장이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선 허용, 후 보완'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얼마 전 서울대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했던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대표는 유튜브 시대의 비틀즈로 평가받는 방탄소년단을 키워낸 장본인이다. 그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혁신 아이콘으로 불린다. 그를 이끈 에너지는 음악 산업이 안고 있는 악습, 불공정 거래관행 그리고 사회적 저평가로 인한 분노였다고 토로했다. 시급히 시대에 뒤처진 낡은 규제를 털어내고 혁신성장을 위한 새 판을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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