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펴보면 전자는 절벽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 본 모습이고, 후자는 절벽 끝에서 그 아래를 내려다 본 모습이다. 우리가 북한 핵을 거론할 때 ‘벼랑 끝 전술’이라고 하지, ‘낭떠러지 끝 전술’이라고 표현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바로 오늘 문제 낭떠러지는 절벽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 본 것이고, 벼랑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본 모습이다. 그래도 미심쩍은 부분이 남아 있으면 국어사전을 펴보면 된다. 사전은 낭떠러지에 대해 ‘깍아지른 듯 높이 솟은 언덕’이라고 적고 있다. ‘높이 솟은 언덕’은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본 모습이다. 반면 벼랑에 대해서는 ‘험하고 가파른 비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비탈은 위에서 아래로 경사가 급하게 진 모습이다. 여기서는 시선이 위에서 아래로 향한다.
그건 그렇고 오늘 문제 ‘낭떠러지’와 ‘벼랑’은 어디서 온 말일까. 먼저 전자의 경우 ‘낭’과 ‘떠러지’가 결합된 말로, 이중 ‘낭’은 그 자체로 절벽의 뜻을 지니고 있다. 중세에는 ‘낭’으로 불렸으나 뜻이 불분명하자 뒤에 ‘떠러지’라는 단어를 덧붙였다. 그렇다면 ‘낭떠러지’는 의미 중첩어가 된다. 후자 벼랑은 절벽을 뜻하는 순우리말 ‘별’에 접미사 ‘앙’이 붙은 후 연음화 현상이 일어났다. ‘낭’과 ‘별’은 지금도 국어사전에 실려 있다. / 문화ㆍ기획특집부장
조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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