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건장치 풀린 비상구 앞 "한잔 더 " 몸싸움… 5명 차례로

노래방에서 비상구로 향하는 첫번째 문에는 출입금지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신동빈<br>
노래방에서 비상구로 향하는 첫번째 문에는 출입금지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지난 22일 청주시 흥덕구 사창동의 한 노래방에서 성인 남성 5명이 비상 탈출구에서 떨어져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남성 2명이 머리 등을 크게 다쳤고 3명은 경상을 입었다.

화재 등 위급 상황 시 비상구로 사용하기위해 만들어진 문이 자칫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이들이 떨어진 곳이 건물 2층이 아니었다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A(23)씨 등 5명은 이날 회사회식을 위해 이 노래방을 찾았다. 이곳에서 노래를 부르던 중 A씨는 술을 더 마시자는 회사동료 B씨와 다툼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비상시 출입을 위해 마련된 탈출공간으로 들어갔다. 이곳에는 '비상시에만 사용', '추락위험' 등의 경고문이 부착돼 있다.

동료가 다투는 것을 본 다른 직원 3명은 이들을 말리기 위해 이 곳을 따라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서로 잡아끄는 등 실랑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노래방 추락사고가 발생한 비상구 밀실공간은 2개의 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가로·세로 폭이 1m 남짓이다. /신동빈<br><br>
노래방 추락사고가 발생한 비상구 밀실공간은 2개의 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가로·세로 폭이 1m 남짓이다. /신동빈
 

이 공간은 노래방 내부에서 이곳으로 통하는 첫 번째 문과 내부공간에서 밖으로 연결되는 두 번째 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화재 발생 시 완강기를 활용해 외부로 탈출하는 용도의 방으로 가로·세로 폭이 1m가 채 되지 않는 좁은 공간이다.

노래방 사장 C씨는 "비상구로 들어가려고 해 제지했지만 듣지 않았다. 2명이 먼저 들어가고 나중에 3명이 따라 들어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이들은 자신들이 들어갔던 문이 아닌 바깥을 향하는 두 번째 문으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다. 좁은 공간에서 서로 밀치다 잠겨있던 비상구 문이 열린 것으로 보인다.

소방법 상 다중이용시설의 소방 비상구는 항상 개방돼 있어야 하며 문을 잠그더라도 누구나 열 수 있는 장치를 활용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나 영업정지 등의 제제를 받는다.

노래방에서 외부로 연결되는 두 번째 문은 기본 시건장치로 잠겨있었지만 추락 당시 알 수 없는 이유로 문이 개방된 것으로 보인다. 소방법 상 비상구로 사용되는 출구는 개방돼 있어야 하며 누구나 열 수 있는 기본 장치로 잠글 수 있다. /신동빈<br>
노래방에서 외부로 연결되는 두 번째 문은 기본 시건장치로 잠겨있었지만 추락 당시 알 수 없는 이유로 문이 개방된 것으로 보인다. 소방법 상 비상구로 사용되는 출구는 개방돼 있어야 하며 누구나 열 수 있는 기본 장치로 잠글 수 있다. /신동빈

사고가 발생한 노래방은 첫 번째 문은 열린 상태였고 두 번째 문은 열쇠가 필요 없는 시건장치로 잠긴 상태였다. 소방법 상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외부로 통한 비상구가 낭떠러지로 이어질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추락위험 등 안내문이 적힌 곳으로 들어간 남성들에게도 잘못이 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은 노래방 업주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회는 이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지난 2017년 12월 26일 다중이용업소의 비상구 추락방지 등에 관한 법을 신설했다. 이는 비상구를 열었을 시 갑작스런 추락에 대비해 120㎝ 이상 높이에 로프나 쇠사슬 구조물을 설치하고 경보음이 울리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법은 신설 당시 영세업자들의 혼란을 최소화 하기위해 2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해당 노래방에는 이러한 시설물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소방점검 당시에도 설치권유를 받긴 했지만 강제사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위험하다고 판단돼 법이 만들어졌지만 국민이 이 법을 통해 보호받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추락남성들이 떨어진 외부 비상구(빨간색 표시). /신동빈<br>
추락남성들이 떨어진 외부 비상구(빨간색 표시). /신동빈

소방관계자는 "대부분의 가게가 유예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설치하려 한다. 유예기간이 끝나는 오는 12월까지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소방점검 때에도 안내 스티커를 부착하고 유의사항을 설명하는 정도가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25일 소방합동조사를 벌인 후 업주에 대한 처분 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또 다친 남성들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관계자는 "비상문이 열리는 과정에서 완력이 사용됐는지 여부와 다툼과정에서 폭력행위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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