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정희 한국문화재재단 기획조정실장 겸 (재)한국문화재정책연구원 사무국장

지난 3월 10일부터 문재인 대통령은 6박 7일 일정으로 동남아 3개국을 순방했다.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국외의 우리 문화재 현장을 찾은 것인데, 대한민국이 보존·복원하고 있는 캄보디아 프레아피투 사원(Preah Pithu)을 방문한 것이다.

그 현장은 문화유산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현장으로 우리의 신(新)남방정책 중 실질적인 사례다. 2017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은 4강(强) 중심 외교의 한계 극복을 위해 신남방정책을 선언한 바 있다. 그래서 문화재 현장 방문일정과 메시지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과 상생을 위한 시금석이 됐다.

앙코르 유적 내 프레아피투 사원은 크메르 제국의 수리야바르만 2세(1113-1150) 때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며, 캄보디아 정부 압사라 청의 요청에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응함으로써 시발점이 됐고,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이 공공협력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2015년 9월부터 시작한 이 사업은 2018년 11월까지 진행됐으며, 기초조사 결과, 프레아피투 사원이 처음 조성된 시기는 기존에 알려진 13세기보다 이른 12세기 초반임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캄보디아 정부는 지난해 12월 'ICC-Angkor 25주년 기념식'에서 사업 추진에 공헌한 팬부티다 코이카 캄보디아사무소 현지직원과 김지서 한국문화재재단 현장소장, 박동희 박사에게 캄보디아 국왕 훈장을 수훈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프레아피투 보존·복원 현장을 방문한 것이다. 김지서 한국문화재재단 현장소장의 설명으로 유적 복원 현장을 점검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짧은 시간에도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 유적 내 프레아피투 사원에 대해 성실히 복원정비사업을 수행한 결과, 캄보디아 국왕 훈장까지 받은 것에 대해 대단히 자랑스럽고 앞으로도 잘 수행해 주길 바란다"며, 현장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어 "캄보디아 문화예술부장관과 압사라청장 일행이 경주를 방문하여 '앙코르 유적의 해답이 경주에 있다'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참으로 기쁘게 생각한다"고도 치하했다. 또 "2차 복원정비사업도 최선을 다하여 앙코르 유적이 성공적으로 복원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나정희 한국문화재재단 기획조정실장 겸 (재)한국문화재정책연구원 사무국장

이렇게 대통령이 문화재 현장에 방문한 것은 일선 담당자뿐만 아니라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한국문화재재단 전 임직원들에게 큰 힘이 됐다. 앙코르 유적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문화재 올림픽과도 같은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총 17개 국가가 복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한국은 마지막 지원국으로 뒤늦게 참여하게 됐다. 한국은 타 국가와 달리 수원국을 함께하는 파트너로 인식하고 단순히 문화재를 복원하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현지기술교육은 물론 현지인들의 한국초청 연수까지 추진하여 우리의 문화재 복원 기술력을 전수하고 있다.

공적개발원조를 받던 수원국에서 원조를 주는 공여국으로 지위가 바뀐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우리가 복원한 유적과 기술이 그 나라의 후손들에게 전승된다는 점에서 문화유산 원조는 경제적 원조보다 그 가치와 중요성이 더욱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문화유산 보존·복원 기술력이 더욱 퍼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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