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국회, 제천화재참사 원인 제대로 밝힐까
뒷북국회, 제천화재참사 원인 제대로 밝힐까
  • 임정기 기자
  • 승인 2019.03.25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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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기 칼럼] 국장 겸 서울본부장

여야가 15개월여 만에 충북제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참사를 국회차원에서 진상조사를 벌이기로 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지 관심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오는 28일 제7차 전체회의를 열어 '제천화재 관련 평가 소위원회' 구성안을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다. 국회가 개별 사안에 대해 소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소위 구성안이 처리되면 현장조사와 관련, 공무원 등 참사 관계자 청문회와 피해자 지원 대책 마련 등이 이어질 전망이어서 그동안 유족들이 주장해 온 풀리지 않은 의혹과 미흡한 사후조치 논란 해소 등이 주목된다.

이 초대형 화재참사는 지난 2017년 12월21일 한 낮에 발생했다. 1층 주차장 천장에서 발화한 불은 순식간에 2층 목욕탕을 타고 삽시간에 8층 건물 전체를 덮쳐 29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부상당했다. 당시 사고현장은 아비규환(阿鼻叫喚)그 자체였다. 가족들은 오열(嗚咽)했고 전 국민은 발을 구르며 침통한 심정으로 이를 지켜봐야만 했다.

유족이 추천한 전문가 2명과 유가족 2명이 참여한 합동조사단은 4개월간 제천화재 참사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무허가 증축에 용도 변경 등 총체적 부실임이 드러났다. 건물외벽이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시공돼 유독가스와 불이 순식간에 건물전체로 번졌다. 무엇보다도 골든타임을 놓쳐 화를 키웠다. 사방이 트여 있어야 할 8층과 9층에는 아크릴과 천막이 덮인 테라스가 설치돼 연기와 유독가스가 빠져나가지 못해 인명 피해가 컸다. 또 8층과 9층 증축 부분에 방화문이 시공되지 않았고 준공 이후 한 번도 현장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2층 여탕은 비상구에 적치물이 쌓인 채 폐쇄 됐으며 화재경보 시스템도 없었다. 소방·구조 인력이 2층에 진입한 것은 현장 도착 30∼40분 뒤였다. 굴절 소방차를 설치하는 데 30분가량의 시간이 지체됐으며, 고층에서 구조한 사람은 단 1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1층 주 계단에 방화문이 없어 주차장 화제의 열과 연기를 막아주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화재 이후 '1시간이 넘게 건물 안에 갇혔던 사람이 외부와 전화 통화를 했으나 결국, 구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여기에 두께 22㎜의 유리,고장난 출입문, 소방 헬기의 하강풍 역시 건물 내부로 공기를 유입시켜 불길을 되레 확산시켰다. 합동조사단은 또 당시 진화에 효율적인 인력 배분이 안됐으며 현장 지휘가 미흡했다고 발표했다. 하루에도 수백 명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이지만 시와 소방당국, 사업주는 화재 점검과 대비에 무신경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임정기 국장겸 서울본부장
임정기 국장겸 서울본부장

정부는 세월호 참사이후, 재난대비 시스템이 국가적 아젠다로 떠오르자 대책을 내놨지만 아직도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없다. 제천 화재참사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희생자 분향소에 들러 조의를 표하고 눈물을 흘리며 유가족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유력정치인들이 참사현장을 다녀가고 재발방지 약속을 내놨지만 곧바로 경남밀양과 서울 고시원에서 또다시 대형화재가 발생해 아까운 생명이 다수 희생됐다. 제천 화재 참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유족들은 소방부실 대응 문제를 지적하며 충북도와 합의 문제 등으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만시지탄이지만 국회가 이 사건의 본질을 들여다보겠다고 나섰다. 만일 여야가 일단락 된 이 사건을 어떤 특정한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이 또한 잘못된 처사이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은 "다양한 시각과 관점에서 이 사안을 보다 심도 있게 다루겠다"고 밝혔다. 재난은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국회가 제천화재 참사 원인과 책임소재를 제대로 밝히고 피해자와 유족이 억울하지 않게끔 재발방지와 지원 대책을 어떻게 내놓을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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