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관리 전무… 반복되는 뒷북 행정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긴급상황 발생 시 '생명문'으로 활용되는 '비상 탈출구'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지옥문'(?)으로 탈바꿈하는 사건이 수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소방당국은 2년 전 진행했던 전수조사만 반복하는 '뒷북행정'으로 일관하고 있어 대안 없는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충북소방본부는 지난 22일 청주시 흥덕구 사창동의 한 노래방에서 성인 남성 5명이 비상 탈출구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비상구 추락사고 방지 안전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관련시설에 대한 전수조사 및 추락 방지시설 조기설치 등을 유도해 사고발생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사가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 의문이다. 이미 2년 전 똑같은 조사를 실시했지만 추적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사고 재발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충북 관서별 다중이용업소 부속실형 비상구 현황을 살펴보면 총 1천27개소다. 이중 청주가 605개소, 충주 212개소, 음성 76개소, 진천 41개소, 제천 23개소 등이다. 고질적인 인력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일선 소방대원들에게 2년 전 추진했던 전수조사를 다시 실시하도록 하는 것은 막대한 행정력 낭비로 볼  수 있다.   

충북소방본부는 지난 2017년 4월 강원도 춘천의 한 노래방 비상구 추락사고로 50대 남성이 숨진 것과 관련, 유사 사고를 막기 위해 같은 해 '다중이용업소 안전관리 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강원도 사고 역시 부속실형(문이 두 개로 이루어진 구조로 바깥쪽 문이 외부와 직접 연결된 형태) 비상구 사고였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점검을 강화한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안전장치 설치 여부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했다.

앞서 전수조사가 실시됐기 때문에 이때 파악한 내용을 지속적으로 관리했다면 막대한 행정력이 필요한 전수조사를 다시 진행할 필요가 없다. 매년 추가 또는 해제되는 다중이용시설 업소 현황만 최신화 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이같은 뒷북행정은 다시 되풀이 됐다. 관내에서 비상구 추락사고가 발생했지만 소방본부 관계자는 과거 전수조사 진행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고가 발생하자 부랴부랴 점검에 나서겠다는 소방본부의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사고 발생지역 관할 소방서인 청주서부소방서 역시 담당자 교체·자료 불명확 등을 이유로 해당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 

유일하게 청주동부소방서만이 관내 다중이용업소 부속실형 비상구 261개소 중 추락방지를 위한 난간설치 205개소, 로프나 안전고리 설치 54개소, 설치권고 2개소 등의 내용이 담긴 전수조사 결과내용을 공개했다. 

청주에서 발생한 노래방 추락사고로 성인 남성이 5명이 2층 높이 비상구에서 추락해 다쳤다. 이중 한명은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다친 남성의 가족 중 한명은 "현장에 와서 보니 참으로 암담하다. 저게 어떻게 비상구냐"며 현실과 동떨어진 소방법을 지적했다. 

대안 없는 행정낭비가 아닌 실질적인 대책마련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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