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지난 겨울을 지나면서 전국적으로 가장 큰 관심거리가 된 미세먼지로 인해 더욱 주목을 받았던 청주시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의 개발 방향이 잡혔다. 8곳에 이르는 이들 공원의 도시계획이 내년 7월부터 효력을 잃게(일몰제) 되면서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은 청주시에서 사업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범덕 시장이 지난 9일 직접 밝힌 개발대책 가운데 주목할 부분은, 의견이 엇갈렸던 구룡산의 일부 사유지를 매입하고 나머지를 민간개발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논의 단계부터 안팎으로 형평성 우려가 거론됐던 사안인 만큼 이에 대한 반응도 제각각이다.

그동안 20여 차례에 가까운 민·관협의체(거버넌스) 논의를 거쳐 마련한 합의안이 바탕이 됐지만 청주시의 개발 방안이 발표 되자마자 반대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구룡산 매입 방침에 대해 형평성을 지적하는가 하면 매봉산도 매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대로 구룡산도 기부채납을 통한 완전한 민간개발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논의 단계에서도 그랬듯이 보는 시각에 따라 제각각 다른 입장을 다시 내놓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재정 형편상 전면 매입이 불가능한 처지에서는 어떤 선택도 논란을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개발방향이 잡혔으니 이제부터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를 일만 남았다. 하지만 당장 매입토지의 규모와 위치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이미 제기된 생태공원 조성 등에 혈세가 집중적으로 투입된다면 형평성 지적은 더 거세지고 이권개입, 특정인물·단체 비호 등으로 논란이 확산될 수 밖에 없다. 시에서 검토하고 있는 생태·환경적 보존가치에 대한 평가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가치의 기준이 다른 만큼 어떤 결정이건 뒷탈이 불거질 것이다. 민간개발에 따른 공동주택 건축도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 공급과잉이 불보듯한데 일부 보존의 대가로 너무 큰 짐을 짊어져서는 안될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주장속에 손익계산이 복잡한 사안이라면 직간접으로 연계된 모든 이들의 이해관계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은 애초부터 없다. 청주시가 나름의 방향을 잡아 이를 기준으로 다수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최적의 절충점을 찾아야만 시한내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신중한 판단과 신속한 추진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다만,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흔들림없이 강단을 갖고 밀어붙여야 한다. 책임을 미루거나, 주위 눈치보기 등으로 차질을 빚어서는 안된다. 일몰제도 그렇지만 녹지확보는 더 이상 미룰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청주시에 가장 필요한 것은 한 시장의 결단이다. 그가 가진 추진력과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습지 생태공원이 꼭 필요하다면 타당성을 갖고 반대의견에 맞서야 한다. 민간개발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영영 잃어버릴 수 있는 녹지'를 조금이나마 더 지키기 위해서는 환경론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보전가치가 다르다면 공원간의 저울추를 달리하겠다고 먼저 밝혀야 한다. 늘어날 공동주택에 대한 대책을 미리 세워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결정은 "모두 내가 책임지겠다"고 선언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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