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교육 예산 '누리과정' 재탕 안된다
무상교육 예산 '누리과정' 재탕 안된다
  • 중부매일
  • 승인 2019.04.1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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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린이집 누리과정예산을 전액 국고 지원키로 했다. 사진은 2016년 7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누리과정예산 파동 근본해결 및 민간보육 정상화 촉구 결의대회 / 뉴시스
 사진은 2016년 7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누리과정예산 파동 근본해결 및 민간보육 정상화 촉구 결의대회 / 뉴시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고교 무상교육'이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져 올 2학기부터 시작된다. 나라에서 아이들의 교육권리를 좀 더 보장해주면서 학부모들의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환영받을 일이지만 전국의 시·도 교육청 등 이를 접한 관련기관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정부의 실행계획을 보니 걱정이 앞서고, 시행 방침이 발표되자마자 정치권에서는 '총선용 사업' 시비가 벌어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다 예산 때문이다. 한동안 비용의 절반을 시·도에 떠넘기는 한편 추후 재원 확보 방안도 나중에 마련해 발표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올 2학기부터 고3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겠다고 했지만 관련 비용 모두를 시·도 교육청이 감당해야 한다. 고교 전 학년에 시행되는 2021년 전국적으로 이들이 짊어질 예산은 전체 사업비의 절반인 1조원에 이른다. 또한 이후의 재원에 대해서는 그때가서 발표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업이니 비용은 나중에 따지고 '일단 시작하고 보자'는 것이다. 충북의 경우 올해만 100억원, 2021년엔 620억원 가량이 소요되는데 다른 예산으로 돌려막는다해도 예상치 못한 추가 재원을 마련하려면 상당수 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일이다. 적어도 수년간 매년 몇백억원에 이르는 사업비를 시·도 교육청에서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데 이럴 여력이 있는 곳이 얼마나 될지 따져볼 필요도 없다. 더구나 국가재정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는 상황에서 추후 만들어질 예산 대책도 미덥지 못하기는 매일반이다. 이전부터 고교 무상교육의 조기실행을 주문했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입장발표를 미루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정부 발표직후 "관련 예산의 절반까지 감당해야 할 줄 몰랐다. 국가가 책임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가시 돋친 반응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예산 문제로 지난 2016년 보육대란 직전에 이르렀던 '누리과정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대선공약이었던 누리과정은 유아들에 대한 보육·교육과정을 국가에서 무상으로 제공하는 사업으로 부모들의 보육비 부담을 크게 줄였다. 하지만 미봉책으로 시작하는 등 재원 준비부족으로 3년여간 정부와 시·도 교육청간의 갈등이 이어졌다. 심지어 충북에서는 관련 예산 편성을 놓고 여당이 장악했던 도의회와 도교육청이 대립하면서 기싸움을 벌이는 등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1년여동안 소모전으로 진행된 충북도와 도교육청간 무상급식 비용 분담 공방은 지난해말 다시 불거지는 등 해묵은 숙제가 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는 교육관련 무상복지사업은 정치적으로 군침을 삼킬만한 대상이다. 그런 까닭에 섣부른 접근의 유혹이 늘상 따라붙는다. 그러나 시행에 앞서 돈 문제를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으면 반드시 후일 말썽과 논란을 빚게 된다. 교육관련 무상복지 예산 문제로 유난스럽게 홍역을 치르다 보니, 고교 무상교육 도입을 놓고도 마냥 박수를 보낼 수만 없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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