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인가 탁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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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부매일
  • 승인 2019.04.1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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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변광섭 컬처디자이너

숨이 콱콱 막혀온다. 머리가 아프고 기관지까지 온전치 않다. 학교에서 강의하고 방송일 하며 지역 곳곳을 찾아나서야 하는 내겐 생지옥이 따로 없다. 게다가 당뇨병 판정 이후 아침 저녁으로 하루에 2만보를 걷고 있는데 목이 따갑고 눈이 뻑뻑하며 머리가 무겁다.

그렇다고 물러설 수 없다. 길을 나서는 것을 포기할 수 없고 하던 일을 멈출 수 없다. 여기가 내 삶의 최전선이기 때문이다. 길을 나설 때마다 속이 끓는다. 왜 이지경이 되었을까. 위정자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오른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날씨부터 검색한다. 미세먼지가 좋은지 나쁜지, 마스크를 쓰고 나가야 할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일회용 마스크를 하루에 하나씩 쓰고 다닐 경우 일 년이면 150여 개가 있어야 한다. 지난 한 해 청주시의 미세먼지가 얼마나 심각했었는지를 웅변한다.

미세먼지에 대한 시민들의 시각은 분명하다. 청주는 소각장이 전국에서 가장 많다. 초고층 아파트로 도시를 빙 둘러싸고 있다. 경유나 벙커C유를 사용하는 공장들이 얼마나 많은가. 도시의 공원은 갈수록 줄고 있다. 물길도 없다. 시군 통합이후 도시화, 산업화는 가속화 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과 서해안과 수도권에서 밀려오는 오염원이 청주에 머무르면서 도시 전체가 생지옥이다. 충북이 미세먼지 1위다. 미세먼지 규제사업장은 0.1%에 불과하고 규제의 고삐가 풀린 자체소각장 사업장도 부지기수다. 그런데도 환경 정책은 게걸음이다.

사람들을 만나면 미세먼지 얘기부터 한다. 숨쉬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이러다가 30년 후 한국은 지도상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까지 한다. 돈 많은 사람들은 미세먼지 없는 나라로 이민가고, 가난한 사람들만 남아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맨날 싸움만 한다. 아직도 내 편, 네 편 편 가르기다.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 또한 어설프다. 미세먼지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각종 질별 발생 위험도가 높다는 것을 알면서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공조하겠다는 메시지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미세먼지가 어디서 얼마나 발생하는지 정확히 모른다. 연구진도 중국에 비해 현저히 적다. 미세먼지 구원투수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등판했는데 정치를 하려는 것인지, 정책을 하려는 것인지 아이러니다.

영국은 오래전에 스모그 현상으로 수많은 사람이 사망하자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석탄이나 경유차 사용을 원천 차단하고 숲과 물이 가득한 환경을 만들었다. 연기 나던 굴뚝에는 문화산업 콘텐츠로 대체했다. 대중교통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모든 곳에서 친환경 정책을 펼쳤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변광섭 에세이스트
변광섭 컬처디자이너

감히 제안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정치인과 자치단체장은 집무실을 현장으로 옮겨라. 백성들이 마시는 미세먼지를 함께 마시며 해결책을 찾아라. 도시개발을 멈춰라. 재산권보다 생명권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굴뚝을 없애고 도시에 숲과 물길을 만들어라. 중국에 강력히 저항하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전문인력을 키워라.

10년 후, 100년 후에도 '미세먼지 매우 나쁨'이라는 소리를 아침마다 들어야 하는가. 우리 후손들에게 오염의 도시를 물려줄 것인가. 외국의 관광객들과 투자자들이 한국을 등지고 있다. 주변국은 우리를 우습게 여긴다. 그런데도 우리끼리 싸우고 정치적 욕망과 경제적 이익에만 혈안이다.

다시 묻는다. 이 도시는 청주인가, 탁주인가. 살라는 것인가, 말라는 것인가. 시민들에게 고통분담을 강요하지 말라. 위정자들이 망쳤으니 위정자들이 먼저 목숨을 내놔라. 책임을 지고 이 문제를 해결하라. 그래야 시민들이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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