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정진명 시인이 '과녁을 잊다(학민사)' 시집을 발간했다.

86편의 시가 수록된 이번 시집은 2017년 장수바위터에서 시인이 활을 쏠 때 불과 며칠만에 쓴 시들이다.

당시 정 시인은 설자리에 나설때나 커피 한잔 하려고 앉았을때 느닷없이 영감이 떠올라 무작정 받아적기만 했다고 회상했다.

"옛날 사람들은 시인의 영감을 뮤즈라고 했어요. 시의 신이 뮤즈죠. 2017년 그 신이 나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뮤즈가 떠나갔죠. 마치 수원이 바닥난 수도꼭지처럼 내 시의 영혼은 텅 비었습니다. 내가 써놓은 시들을 다시 읽어보면 낯설어요. 마치 딴 사람이 내 이름을 빌어 써 놓은 것 같다니까요."

정 시인은 이런 연작을 '신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 뒤 1년이 지나도 활에 관한 시는 단 1편도 떠오르지 않았다는 그.

"그러고 보면 2017년 그 시들은 틀림없이 뮤즈가 왔다 간 자취라고 믿습니다."

활과 과녁, 화살, 그가 활을 쏘는 장수바위터 등 활에 대한 시로 인생과 삶의 지혜를 깨닫는 시를 많이 썼다.

1994년 집궁한 정 시인은 전통에 대한 생각과 활쏘기에서 이겨야 할 것, 활쏘기에 중요한 호흡 등 '고원의 최고봉에 서다'로 그가 직접 시론을 작성했다.

그의 시집 제목인 '과녁을 잊다'의 일부 처럼 '과녁 하나 얻어서 모든 것을 잃고 / 과녁 하나 버려서 모든 걸 얻으니 / 활 쏘는 나를 들여다보느라 / 눈 앞에 어른대는 과녁을 잊다'라며 눈에 보이는 목표만을 쫓지 말라는 시인의 의도가 드러나 있다.

1987년 계간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한 정 시인은 충북작가회의 회원, 시문관 동인, '새로운 감성과 지성' 편집위원으로 활동중이다.

시집으로는 '완전한 사랑', '노자의 지팡이', '용설', '활에게 길을 묻다', '정신의 뼈', '줄넘기와 비행접시', '회인에서 속리를 보다', '단양도설', '주말의 사랑' 등이 있다.

시론집으로는 '우리 시 이야기', '시를 보는 새로운 눈'이 있으며 카페 머털도사의 즐거운 교실 시문관을 운영중이다.


과녁을 잊다
 
삶의 목적이 뚜렷한 사람들 사이에서
목적 같은 것은 환상일 뿐
삶은 그 자체가 목적임을 깨닫기까지
40여년이 걸렸다.
 
목적의 '적'은, 과녁이다.
과녁만을 바라보는 한량들 사이에서
활이 다다를 곳은
과녁이 아님을 깨닫기까지
다시 20년이 걸렸다.
 
과녁 하나만 보면
활쏘기는 오직 맞출 일뿐이지만
과녁 하나만 잊으면
매 순간이 황홀경이다.
 
과녁 하나 얻어서 모든걸 잃고
과녁 하나 버려서 모든 걸 얻으니
활 쏘는 나를 들여다보느라
눈앞에 어른대는 과녁을 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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