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오는 20일은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절기상 곡우이면서 장애인의 날이기도 하다. 우리들은 대부분 이날을 그저 나와 다른 '그들만의 축제'로 무심코 지나쳐 버린다. 하지만 통계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은 작년 말 약 255만여명에 달하고, 그중 각종 교통사고와 산업재해와 질병 등에 따른 후천적 장애가 약 89%에 수준에 육박한다. 또한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 가운데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은 38%로 일반인의 경제활동 참여율 63%의 절반 수준이다. 장애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일반가구의 46%수준인 데다가 국민연금 가입도 20.8%에 불과해 각종 위험이나 노후 대비도 미비한 상태이다. 따라서 장애인에게는 안정적 일자리가 곧 복지이자 인권이며 생계인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 장애인 고용 현실은 어떠한가?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서 장애인 고용을 의무화한 지 10여년이 돼 가지만,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의 장애인 고용률 조차 각각 약 2.15%, 2.32% 수준으로 일부는 혈세를 투입해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면피하고 있으며, 특히 시중 5대은행은 작년말 기준 평균 1.07%에 불과하다고 한다.

장애인을 고용한 민간 사업체의 80% 정도가 장애인 고용에 대해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장애인 채용 시 각종 편의시설 설치 부담과 작업 도중 안전사고 우려 등으로 장애인 고용을 기피하고 있다. 의무고용률 미달 기관에 대한 고용부담금도 최저임금의 65~75% 수준에 불과해 오히려 금전적 부담을 선택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해외의 공공기관 채용정책을 보면 스페인은 연 2회 공무원 채용 중 첫 회는 장애인만 응시할 수 있도록 하고, 덴마크는 동일한 자격이면 일반인보다 장애인을 우선 채용토록 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 모 종편방송 한 프로그램에서 뉴질랜드 대표로 나온 외국인이 자국에서는 수화가 공식 언어라고 밝혀 큰 이슈가 된 바 있다. 수화를 공식 언어로 채택한 나라는 비단 뉴질랜드만이 아니다. 스웨덴·덴마크 등 상당수의 유럽 국가도 이미 수화를 공식 언어로 삼고 있고 그럼에도 '수화가 공식 언어'라는 발언이 큰 이슈가 된 것을 보면 우리에게는 그만큼 낯선 풍경이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국내 장애인의 약 89%는 사고·질환 등 후천적 요인으로 장애를 입은 사람들이다. 이는 우리 모두가 다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장애를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로 여긴다. 그래서일까. 장애인의 삶, 특히 장애인 고용 현실은 여전히 일반인과 동떨어지고 법상 의무적으로 장애인을 채용토록 강제하고 있지만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대기업 일수록 그 현실은 요원하다고 한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이런 즈음 가뭄의 단비처럼 농협이 장애인의무고용비율 3.1%를 달성하기 위하여 부족인원 384명을 특별채용한다고 밝혔다. 특히 장애인채용 확대를 위해 도서관 관리, 스마트팜 운영, 콜센터 상담 등 장애인 적합 직무를 개발했다는 사실도 고무적이다.

게다가 합격한 뒤에도 맞춤형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경사로 설치, 화장실 개선, 업무맞춤 사무집기 구입 등 편의시설개선을 통하여 불편 없는 근무환경 조성까지 한다고 하니 이들에게는 금상첨화일 것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없이는 다수의 풍요가 보장되지 않는다. 우리들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자신이 장애인이든 비장애이든 '소수와 약자를 따뜻하게 배려하는 나라' 건설이라는 같은 목표를 위해 일치단결된 마음, 즉 동심동덕의 마음으로 개인과 모두가 함께 건강하고 아름답게 어우러지고 '협력과 배려'가 넘치는 사회를 이루기 위한 우리들 각자의 노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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