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쟁 속에 묻힌 제천 화재참사 규명
여야 정쟁 속에 묻힌 제천 화재참사 규명
  • 임정기 기자
  • 승인 2019.05.0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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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기칼럼] 국장 겸 서울본부장

국회가 29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참사에 대한 정확한 진상조사를 벌이지 못한 채 결국, 시에 의한 건물 철거가 본격화 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제천 화재참사와 관련, 평가 소위원회를 구성해 유족들이 주장해 온 화재 초등 대응 및 진압 과정의 문제점과 2층 여자 목욕탕에서의 인명 피해가 컸던 점, 그리고 미흡한 사후조치 등 풀리지 않는 의혹에 대한 진상을 규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회는 선거제와 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싸고 파행과 대립으로 얼룩지며 4월 임시국회 본회의 조차 한 번도 열지 못한 채 지난 7일 빈손으로 끝났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은 패스트트랙 처리에 대한 합의를 극적으로 이끌어 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이에 반발해 전국 순회 민생·장외투어에 나서면서 국회 파행이 장기화 될 전망이다. 특히 정치 초년생인 황교안 대표가 이끄는 자유한국당은 내년 4월 총선에 대비해 사전에 전열을 가다듬는 모습이다.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 국회 행안위의 진상규명에 기대를 건 유족들 입장에서는 실망이 크다.

제천시는 7일 하소동 화재참사 현장에서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소형 굴착기를 지상 38m, 건물 9층으로 올려 에어컨 실외기와 H빔 구조물 해체를 시작으로 철거에 나섰다. 한달 뒤엔 지하 1층 지상 9층 연면적 3천813㎡ 스포츠센터 건물은 화재가 난지 502일 만에 모두 철거될 전망이다.

제천시는 국회 행안위의 현장조사가 국회 파행으로 진행이 안되는 상황에서 마냥 기다릴 수 만은 없는 처지였다. 시는 화재가 난 건물이 흉하게 남아 있으면서 시민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뿐 만 아니라 트라우마로 작용한다며 빨리 철거해 달라는 시민들의 독촉을 간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루 빨리 화재참사에 대한 기억을 지워 버리고 시민문화타워를 건립해 새로운 문화공간을 시민들에게 제공 하겠다는 차원에서 시는 지난 1월 법원 경매에 단독 응찰해 소유권을 확보했다.

당초 시는 이달까지 철거를 완료할 방침이었으나 국회 행안위가 참사 1년여 만에 뒤늦게 평가 소위원회 구성을 추진하면서 소방청을 통해 진상조사 협조요청 공문을 지난 3월 말 보내오면서 차질이 생겼다. 이는 현장조사를 통한 진상규명이 이뤄질 때까지 사실상 철거를 미루라는 통보였다. 그러나 국회 행안위소위는 여야간 정쟁으로인해 구체적인 계획 등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시에 최종 조사 통보도 못한 것은 물론이다.

행안위소위를 통해 국회가 화재 참사의 원인을 정확하게 밝혀주길 기대했던 유족들은 그저 아쉬울 뿐이다. 유족들은 초기 부실대응으로 화를 키운 소방지휘관들의 처벌을 요구해 왔으나 충북도는 중징계 1명, 경징계 5명으로 처분을 마무리했다. 도와 유족들간 위로금 협상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임정기 국장겸 서울본부장
임정기 국장겸 서울본부장

29명이 목숨을 잃고 40명이 부상을 당한 제천 화재참사는 초등 대응과 진압, 사전에 철저한 소방점검 등 기본에만 충실했다면 그 피해를 줄였을 것이다. 제천 참사 이후 안전을 최우선시 한다며 정부는 국민앞에 고개를 숙이며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한 달 뒤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37명이 숨지고 143명이 중상을 입는 참사가 또 발생했다.

정부는 재난대비 시스템이 국가적 아젠다로 떠오르자 대책을 내놨지만 근본적으로 변한게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를 감시, 견제하는 입법부인 국회가 제천화재 참사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었지만 여야간 정쟁으로 허사가 됐다. 국민과 민생을 외치지만 작금의 국회를 보면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국회의 역할을 생각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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