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득렬 교수의 고사성어 - 防民之口, 甚于防川(방민지구, 심우방천)
배득렬 교수의 고사성어 - 防民之口, 甚于防川(방민지구, 심우방천)
  • 중부매일
  • 승인 2019.05.2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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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의 입을 막는 것이 하천을 막는 것보다 힘듬
백성의 언로를 막으면 더 큰 재항이 닥침

학생들과 대화하길 좋아한다. 학생들과의 대화 속에는 번뜩이는 아이디어, 신랄한 비판, 적절한 풍자가 넘쳐흐른다. 요즘 학생들이 정치에 무관심할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 아니 오해를 하고 있었다. 허나 학생들이 제기하고 비판하는 문제들 가운데 많은 부분이 정치와 관련되어 있었다. 내 선입견은 순식간에 깨져버린다.

내가 대학 재학시절과 요즘 학생들의 의사소통 방식은 완연이 다르다. 우리 때에는 대자보를 통한 의견제시와 비판이 중심이었다. 그리고 누가 이 글을 썼는지 전혀 모르거나, 안다고 해도 얼굴과 소속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허나 요즘 SNS 등의 미디어를 통한 소통에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는 점이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게다가 자신들이 직접 보고, 듣고, 먹었던 사소한 것까지도 사진을 찍어서 올린다. 실물과 사실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전달하는 청춘들의 모습은 정말 흥미롭다.

더 의미심장한 것은 이들의 소통범위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학생이 자신의 이야기를 SNS에 올리면 더러는 외국에서도 댓글이 올라오거나 질문이 쏟아진다. 이제 세계는 노트북과 핸드폰만 있으면 서로 쉽게 연결 소통되는 시대에 진입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소통의 방식도 다양하고 즉각적이라는 양상을 보인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자신의 의견과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넘어 사실을 자신만의 시각에서 바라보거나 객관적 비판이 아닌 주관적 비난으로 치우치는 경우가 자주 있다는 것이다. 이리하면 정확한 언로가 정립될 수도, 의미 있는 비판이 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자유로운 의사표현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타자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방해하거나, 타자에 대한 무조건적 비방으로 흐르는 것은 좋지 않다. 『戰國策(전국책)』에 국민의 언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고사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배득렬 충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배득렬 충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周朝(주조) '여왕'이 포악한 일들을 함부로 저지르자 백성의 원성이 거리마다 넘쳤다. 卿士(경사)였던 邵穆公(소목공)이 '여왕'에게 "백성들은 포악한 조정의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여왕'이 대노하여 巫師(무사)를 파견해 감독토록 하고 누구든 비난하는 즉시 잡아 죽이라고 명령을 내렸다. 이리하여 백성들이 감히 말을 하지 못하고 길거리의 행인들은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기만 할 수 있었다. '여왕'이 기분이 좋아져 邵穆公에게 "이리하니 아무도 내말을 하지 않는군"라고 말했다. 그러자 邵穆公이 "백성들의 입을 막는 것은 하천을 막는 것보다 힘들지요(防民之口, 甚于防川)"라고 대답하였다. 그 의미는 백성들의 비평을 막는 것이 河水를 막는 것보다 피해가 더 크다는 것이다. 즉 河水를 억지로 막으면 반드시 둑이 터지기 마련인 것처럼, 백성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못하면 더 큰 분노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요즘 막말과 비방이 난무하는 정계의 민낯을 보자면 너무나 유치하다는 생각에 입맛이 쓰다. 협상과 소통이 부재한 정치판. 제대로 국민들의 의견을 결집시키고, 이를 반영한 정치적 역량을 기대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일까? 邵穆公의 이 한마디 말이 새삼 가슴에 박히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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