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교육청사 / 중부매일 DB
충북도교육청사 / 중부매일 DB

오기(誤記)와 비문(非文), 누락과 중복발송 등 잘못된 공문서로 인해 망신살이 뻗쳤던 충북도교육청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실수와 잘못이 있으면 원인을 찾아 개선책을 시행해야 함에도 이를 뒷전으로 미룬 채 문서 유출자를 찾겠다고 난리법석이다. 이 와중에 행정편의를 위해 무분별하게 공문서를 발송하는가 하면 일관된 기준이 아닌 부서별로 제각각 공문서를 분류하는 등 다른 유형의 공문서 관련 행정 잘못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공문서 관련 시스템의 대대적 개선 필요성이 대두되는 등 기본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문서 관련 행정실수에 대해 교육청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개선이 아니라 책임추궁이었다. 이를 제보한 문서 유출자를 찾겠다고 벌인 색출 소동은 가관 수준이다. 보안문서라며 사법기관에 기사 제보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는데 유출책임을 물을 문제도, 사법기관에서 다룰 사안도 아니다. 관련법규에 따라 조치한 것이란 교육청의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 잘못된 문장의 확인을 위해 본문이 아닌 시행문을 찍은 사진을 문서유출이라며 문제삼는 것은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처사다. 또한 고발 근거로 내세운 공문분류 또한 주먹구구여서 행정관리의 허점만 노출한 꼴이 됐다.

이같은 일이 알려지자 교육청 직원들조차 "낯부끄럽다"며 이해할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공기관, 그것도 교육기관으로서의 체면을 바닥에 내던진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엉터리 문서 지적후 며칠새 추가로 드러난 공문서 실태를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얼마전에는 수신처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행정편의로 모든 학교에 일괄적으로 공문을 뿌려 업무효율을 역행하기도 했다. 기관간 소통이 안돼 같은 공문을 도와 시·군 교육청에서 중복 발송한 일도 있다. 공문관리의 첫걸음인 문서분류 기준이 모호해 부서별로 제각각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실상이 이러할진데 하루빨리 개선책을 찾아 고칠 생각은 안하고 왜 유출에만 매달리는 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설령 유출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내부적으로 이를 막기위한 보안장치를 손질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다. 공문 중복발송의 경우 김병우교육감이 첫 임기를 시작할때 강조했던 공문 줄이기를 역행하는 것이다. 일선 학교, 교사들의 행정업무 부담을 줄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공염불이 됐음을 보여준다. 교육감의 의욕을 거스른 행정이지만 이에대한 반성이나 지적은 들어본 적이 없다.

본보는 앞서 엉터리 공문서가 구조적인 문제일 수 있다는 지적을 했다. 있을 수 있는 실무적 실수를 막기 위해 제도와 시스템이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래도 미흡한 점이 있다면 기회가 될 때마다 개선을 하는 것도 같은 까닭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여러 단계의 결재라인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줄 뿐이다. 문제를 보는 시각이 잘못됐다면 제도와 시스템은 겉돌 수 밖에 없다. 핵심은 사람인 것이다. 잘못을 바로 잡기에 가장 좋은 때는 잘못을 안 바로 그때다. 더 늦지않게, 더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먼저 반성하고 개선하기를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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