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하영 대전 용산고3

'호흡을 담당하는 필수적인 기관. 공기의 들숨과 날숨을 통해 산소를 얻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관.' 사람 신체의 일부인 허파의 정의다.

허파는 생명현상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신체 기관이다. 이에 빗대 흔히 우리는 숲을 생태계의 허파라 말하고, 도시에 있는 도시 숲을 도시의 허파라고 표현한다.

숲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산소를 공급해주고, 생명의 근원인 물을 저장해주며, 토양의 유실을 막아준다. 더 나아가 모든 생물의 생활터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도시의 허파가 병들고 있다. 숲 자체가 없어지거나 있어도 건강하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에서는 연일 도시공원 일몰제와 관련된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원을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이후 일정기간이 지났는데도 땅을 매입해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을 때 자동으로 도시공원구역 지정이 해제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도시공원 일몰제라는 말을 처음 듣기도 했지만 나로서는 해가 진다는 뜻의 '일몰(日沒)'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두렵게 느껴진 적이 없다. 해가 지듯 공원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나면 우리들이 휴식을 취하고 만나고 호흡했던 우리주변 공원의 상당수가 자취를 감춘다는 의미다.

산림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국토의 63%가 숲인 세계적인 산림 국가다. 그러나 우리의 산림 면적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국내 산림 면적 비율은 세계 평균인 31%의 2배로 OECD 국가 중 4위지만, 산림청은 산림면적이 2022년까지 연평균 3천ha씩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우리나라 인구의 92%가 거주하고 있는 도시생활권의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숲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생활권 도시 숲 면적은 국토의 산림면적과는 달리 한 사람 당 9.9㎡로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유하영 대전 용산고3
유하영 대전 용산고3

산림청은 홈페이지에서 도시 숲이 미세먼지와 폭염을 완화할 수 있는 대책으로 점점 중요해지고 있지만 도시공원 일몰제로 오랫동안 미집행되고 있는 도시공원이 효력을 잃게 됨에 따라 도시지역 산림 면적의 감소가 우려된다고 소개했다. 

덧붙여 도시 숲의 효과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도시 숲음 미세먼지 농도를 평균 25.6%, 초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40.9% 감소시켜주고 여름 한낮 평균기온은 3~7℃, 자동차 소음은 75%나 감소시켜주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이는 다시 말하면 도심 속 공원이, 도시 숲이 사라질 경우 우리가 사는 주변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는 물론이고 여름의 한낮 평균기온과 자동차 소음이 증가한다는 의미다.

사라짐은 죽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도시 숲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그리고 도시의 생명현상을 유지시키는 허파를 잃은 도시에선 건강한 미래를 꿈꿀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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