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장·충남문화재단 이사

장이머우 감독이 중국의 계림과 항주에서 산, 강, 호수 등의 문화유산과 자연경관을 공연물과 결합하여 개발한 '인상유삼저', '인상서호' 등을 '인상시리즈'라고 한다. 지역의 역사적 이야기를 소재로 중국을 찾는 외래 관광객의 인기관광코스로 자리매김한 공연관광상품이다.

특히 인상시리즈는 공연자로 지역주민이 참여하고 공연관람수입은 물론 숙박, 식사, 연계관광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문화유산과 자연경관을 활용한 실경공연이 여러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지역의 축제기간이나 특정 계기에 단발성으로 진행됨에 따라 지속성과 확장성에 한계가 나타난다. 결국 브랜딩을 실현하지 못한다.

충남 공주와 부여 지역에서도 2010년 국제행사로 개최된 '세계대백제전' 때에 실경수상공연이 대규모로 진행된 바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해로 끝났다.

하지만 2014년 제60회 백제문화제에서 공산성과 금강의 실경(實景)과 황포돛배를 무대배경으로 '선상의 아리랑' 공연이 개최됐다. 이후 정식사업으로 채택되어 매년 백제문화제 기간 금강 미르섬에서 뮤지컬 형태의 공연으로 추진되고 있다. 2018년에는 공산성 안쪽으로 공연무대를 옮겨 진행한 바 있으나, 다시 올해부터 금강 미르섬에서 진행한다고 한다.

실경공연 연출의 핵심은 풍광(風光)이다. 아름다운 야경 속에서 해당 지역의 역사문화가 담긴 공연으로 제작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문화의 특화성과 차별성을 나타낼 수 있다.

또 이렇게 만들어진 실경공연은 공연관광상품화가 돼야 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지역문화의 브랜딩과 관광자원 활성화이기 때문이다.

많은 실경공연들이 문화재를 활용하여 진행한다. 문화재만큼 빼어난 무대배경은 없기 때문이다. 화려한 무대시설과 연출이 없더라도 문화재를 배경으로 하는 자체가 절경(絶景)이고, 최고의 무대가 된다.

이러한 가운데 생생문화재, 문화재 야행 등 지역문화재 활용사업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공주시에서도 문화재청의 지원으로 공주 제민천을 중심으로 '공주 문화재 야행'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그리고 올해부터 자체사업으로 편성한 '공주시 문화재 활용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장·충남문화재단 이사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장·충남문화재단 이사

이 사업의 하나로 지난 2014년 개발됐던 '선상의 아리랑'이 돌아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백제역사유적 중 하나인 사적 제12호 공산성의 경관과 인류무형유산 아리랑 중 공주아리랑을 결합하여 유형과 무형의 문화유산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실경공연이다.

금강의 자연경관과 함께 황포돛배라는 수상연출이 더해진 공산성의 야경은 관객들에게 신비감을 불러일으킨다. 공주시 지원으로 올해 소박하게 다시 시작되는 문화재활용사업이나, 지역대표 실경공연으로서의 공연관광상품화를 위해 많은 연구와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

문화재 활용사업의 목표는 살아 숨 쉬는 문화재로 관람객과 소통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바라보기만 했던 문화재를 이제는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문화재에 숨을 불어넣고 색을 입혀 관람객에게 문화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경험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 문화재 보존을 위해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화재를 활용하는 것은 적극적인 보존활동이고 결국 문화재를 지키는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재를 활용한 실경공연은 지역문화 활성화의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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