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주와 제천 등 충북 북부지역에서 번지고 있는 과수 화상병의 확산이 심상치않다. 지난달 24일 충주시 산척면에서 첫 발생이 확인된 과수화상병은 현재 인근과 제천, 음성 등지로 전파된 상황이며 추가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 11일 현재 충주 30곳 등 화상병 의심 증세를 신고한 과수원만해도 50여곳에 이르며 총 면적은 33㏊에 달한다. 이 가운데 충주 20곳과 제천 7곳 등 27개 과수원은 화상병 확진 판정이 이뤄져 이들에 대한 매몰 처리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충북도와 충주시 등에서 비상대책에 나섰지만 마땅한 대응방안이 없어 애만 태우고 있다.

과수화상병은 잎·줄기는 물론 꽃과 열매 등 과수나무 전체가 마치 불에 타 화상을 입은 듯한 증세를 보이다가 고사하는 세균병으로 치료나 방제 약이 없다. 감염이 확인되면 해당 과수원은 물론 반경 100m 이내의 나무들을 모두 폐기하는 등 극심한 피해를 남긴다. 특히 치료 방법이 없어 무조건 땅에 묻을 수 밖에 없고 확산 속도가 빨라 이동통제 등 차단하는 조치가 필수적이다. 또한 농장내 단 한 그루의 나무에서 발생해도 확산을 막기 위해 농장 전체 과수를 처리하고, 향후 5년간 같은 수종을 심지 못하는 등 해당지역 과수기반이 일시에 무너지게 된다.

국내에서는 2015년 충남 천안에서 처음 발생한 이 병은 이미 20여년전 북미와 유럽 등지에 큰 피해를 입혔지만 아직도 효과적인 대처방안을 찾지 못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번 확산에 대한 대처를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잘못된 정보가 퍼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농민들의 어려움과 심정을 위로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게 지지체 주문의 전부다. 상황이 악화되자 꾸린 재해대책본부도 상황을 보고받고, 집계하는 일이 고작이다. 반면 이로 인한 피해는 농가의 생존을 뒤흔든다. 당장의 일도 그렇지만 후일을 도모하기 어렵다는 것이 더 큰 아픔이다.

지금까지의 발생 현황만으로도 적지않은 피해가 불가피한데 문제는 앞으로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얼마나 더 피해가 커질지 가늠하기 어렵다. 영상 18℃에 가장 전염이 잘되고, 30℃ 이상 기온이 올라가면 활동력이 급격히 줄어들며, 35℃가 넘으면 소멸단계에 들어선다는 전문가들의 말대로라면 이른 더위가 약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수은주만 쳐다보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북부지역에서 기승하는 등 연례적인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속수무책인 과수 감염병이 매년 되풀이된다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발생을 미리 차단하기 어렵다면 발생후 조치와 복구라도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당장 감염 여부를 판단하고, 매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데 힘써야 한다. 무엇보다 과수화상병으로 인해 충북사과, 충주사과의 이름에 흠이 나지 않도록 대응해야 한다. 어렵게 개척한 해외시장 진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는 만큼 가동할수 있는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 농산물은 이미지가 판매를 좌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애써 쌓아올린 충북 과수의 위상이 지켜질수 있도록 화상병 대응에 농민은 비롯해 주민과 지자체 등 지역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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