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에 뛰어난 비교적 총명한 사람

어머님이 편찮으시다. 92세! 참 오랜 세월을 견뎌오셨다. 그렇게도 아끼고 존경하던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외아들인 나와 같이 생활하셨다. 얼마 전, 어머님이 배가 아프고 설사도 나고, 힘이 없다고 하셔서 가까운 병원으로 모시고 갔다. 의사선생님이 검진을 마치고 "참 이상하네요! 맹장염 같은데 통증을 별로 느끼시질 않네요.? 애매합니다. 하루만 관찰하다가 큰 병원으로 가서 획인하시지요!"라고 하셨다. 허나 다음날은 내가 서울에 회의가 있어 어머님을 모시고 병원을 갈 수 없었다. 그 다음날 병원에서 CT촬영 후. 담당의사가 "빨리 수술하셔야 합니다. 복막염일지 모릅니다."라고 황급하게 말하는 게 아닌가!

그래도 아들이라고 믿고 사시는 어머님이신데, 아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응당 보살펴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허나 맹장이 터졌으면 굉장히 아프셨을 터! 어찌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셨을까? 아마도 바쁜 아들 발목 잡지 않으려 일부러 그러신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매일 "바빠요"라는 말만 하고 다니는 아들. 그 아들에게 부담을 주시지 않으려는 어머니. 참 둘 다 답답하다.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의사말로는 이 정도면 굉장한 고통이 수반되었을 것인데, 어머님은 별로 통증을 느끼지 않으시니 참 이상하단다. 신체는 신비한 것이라 하지만 그래도 이건 잘 납득이 가질 않는다. 하여 어머님께 여쭈었다. "어머니! 진짜 안 아팠어요?" 어머님은 대수롭지 않은듯 "그냥 누르면 아프고, 가만히 있으면 참을만 했어!"라고 답하신다. 아이 참! 이걸 어찌 이해해야 옳을까?!

『列子(열자)·仲尼(중니)』에 나오는 '耳視目聽'이 생각났다. 고사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배득렬 충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배득렬 충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春秋時代(춘추시대)의 亢倉子(항창자)는 道家(도가)의 祖師(조사)인 老子(노자)를 스승으로 삼고 수련하여 得道(득도)한 뒤, 보고 듣는 것을 정신만으로 조절할 수 있어서 感覺器官(감각기관)의 제한을 받지 않게 되었다. 魯國(노국)의 國王(국왕)이 亢倉子가 "귀로 보고 눈으로 들을 수 있다(耳視目聽)"는 말을 듣고 크게 놀라 사람을 보내 隆崇(융숭)한 예절로 그를 초청하였다. 亢倉子가 魯國의 궁정에 도착하자 魯國 국왕이 조심스럽게 그가 능히 귀로 보고 눈으로 들을 수 있는지를 물었다. 亢倉子가 "아니요. 이는 사람들이 잘못 전한 것입니다. 나는 귀와 눈이 없이도 보고 들을 수 있으나, 귀와 눈의 기능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亢倉子의 말처럼 감각기관의 본래 기능은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인간의 감각적 기능은 경우에 따라 정상을 벗어날 수 있다. 통증조차 제대로 느끼시지 못하는 어머님을 보면서 사람은 너무 힘들면 통증조차 오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耳視目聽'이 지혜로운 사람을 말하지만, 나는 나이가 들어 지혜롭게 되면 어쩌면 감각적 기능은 그다지 중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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