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사회의 미래인 학생들이 여전히 학교폭력에 신음하고 있다. 최근 드러난 제천 고교생 폭행사건은 그 정도가 상식선을 벗어나 충격적이다. 청주에서 일어난 여중생 성폭행은 범행장소가 초등학교여서 큰 놀라움을 줬다. 이처럼 눈에 띄는 사건만으로도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지만 더 큰 문제는 학교에 만연한 폭력문제가 좀처럼 나아지질 않고 있다는 것이다. 충북지방경찰청에서 접수한 학교폭력 신고 현황을 보면 최근 5년간 매년 발생하는 학교폭력 건수가 2천200건을 넘고, 이로 인해 검거되는 학생도 연평균 440명에 이른다.

앞서 거론한 사건들만 해도 학생들에 의한 범죄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하거나 폭력적이다. 이처럼 학교폭력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피해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이따금 발생한다. 하지만 이같은 학교폭력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는 외면과 방관 등 거리두기에 그치고 있다. 학교폭력의 당사자격인 학교에서는 늑장대처와 덮고가기로 사건을 감추기에 급급하고 학부모들은 '내 아이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게 보통이다. 누구하나 책임을 지려는 사람도 없고, 내 일로 여기로 적극성을 보이는 사람도 없는 게 현실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충북교육을 책임지는 김병우 교육감은 엉뚱한 진단으로 인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타를 받고 있다. 김 교육감은 얼마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최근 지역에서 발생한 학교폭력과 관련해 교사들의 교육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발언을 했다. "교사들이 옛날 방식에 기대 회초리를 들고 호통, 규제·단속에 너무 기대 미숙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 것인데 한마디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격이다. 학교에서 학생체벌이 사라진지가 언젠데 회초리는 웬말이며, 급 신장된 학생인권에 필요한 규제·단속도 쉽지 않은 게 지금의 학교상황이다.

충북교육청 차원의 대처도 문제가 적지 않다. 충북도의회 예산결산심의과정에서 학교폭력 예방사업의 실상이 드러난 것인데 관련 예산이 줄어든데다가 책정된 예산도 집행을 제대로 하지 않아 수천만원이 남은 것이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20여가지의 예방사업을 펼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학교폭력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질타가 뒤따랐다. '일반적인 도민들이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방관·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더해졌다. 도민들의 걱정을 대변한 것인데 학교폭력이 심각해질수록 이에대한 걱정의 수위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학교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찾아 시행하는 것이 교육감이 할 일이다. '교육적 접근밖에 할 수 없는 한계로 모든 것 해결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학교폭력 해결의 주체는 당연히 교육당국이어야 한다. 가장 앞서서 문제를 풀고, 다른 기관과 더불어 사회적 인식개선에 힘써야 할 교육청이 대놓고 할 소리는 아닌 것이다. 학교폭력을 줄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지만 포기할 수도, 포기해서도 안되는 일이다. 잘못된 인식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인식부터 바꿔야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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