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일 칼럼]

남한강 풍경이 아름다워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제천 청풍호에 새로운 관광명물이 추진된다. 제천시가 청풍물길 100리 생태탐방로 조성사업으로 청풍호 출렁다리를 짓겠다는 것이다. 오는 8월쯤 공사를 시작한다는 데 다리와 함께 댐 건설로 끊긴 옛길을 복원해 명품 탐방로로 꾸밀 생각이라고 한다. 다리 길이는 220여m로 원주 소금산 등과 같은 공법으로 지어진다. 출렁다리 건설 소식은 이곳 뿐이 아니다. 충청권만해도 얼마전 충남 예당호에 400m가 넘는 동양 최장 출렁다리가 완공됐으며 올 연말 논산 탑정호에 600m 짜리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국적으로는 100m가 넘는 출렁다리가 22곳이 있으며 청풍호의 경우처럼 새로 지어지고 있는 것도 적지않다. 이처럼 출렁다리가 전국 곳곳에서 추진되는 까닭은 매력적인 관광상품이기 때문이다. 예당호 다리는 개통 보름만에 찾은 이가 30만명을 넘겼으며 소금산 출렁다리가 있는 원주 간현 유원지는 1년새 방문객이 10배 가량 늘었다. 새로운 볼거리를 찾는 이들의 순례코스가 될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전국의 모든 곳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전국적 열풍의 시조격인 청양 천장호의 경우 최근 인근 가게 매출이 5년전보다 1/3로 줄었다고 한다.

기존에 지어진 출렁다리를 보면 개통 초기 엄청난 인파와 함께 큰 인기를 얻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들해지는 것을 알수 있다. 관광상품으로서의 매력이 지속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새로 지어지는 출렁다리는 더 길게, 더 험한 지형에서 만들어진다. 그만큼 앞서의 그것들은 볼거리를, 흥미거리를 빼앗기는 것이다. 하지만 상품의 유효기간이 길지 않음에도 열풍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출렁다리에 관광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의 경우 임기내 가시적인 성과물을 필요로 하는 지자체 단체장의 욕심이 한몫하고 있다.

출렁다리는 지자체 입장에서 보면 장점이 많다. 우선 다리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없던 길이, 그것도 관광코스가 새로 만들어진다. 당연히 관광산업에 도움이 된다. 또한 방문객 증가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된다. 같은 배경을 갖고 있는 케이블카에 비해 비용도 덜 들고, 환경 훼손은 적지만 관광객 유치에는 효과적이다. 지역의 반응이 대부분 환영일색인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는 모두 단기적인 부분만을 따졌을 때 얘기다. 장기적으로 보면, 더구나 지금처럼 경쟁적으로 지어지는 과열 분위기라면 손익계산서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최동일 논설실장
최동일 논설실장

지금처럼 전국적으로 출렁다리가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나면서 지나치게 많아지면 과도한 경쟁과 관광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비슷비슷한 풍경과 시설로 차별화가 어렵다면 상황은 더 안좋아질 수 있다. 기대만큼 효과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출렁다리는 지속적인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은 지 10여년을 넘긴 다리라면 안전관리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당연히 관리비용은 커지게 되고 지지체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것인데 지금 우리의 지자체 현실은 이와 동떨어져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에 매달리기 쉬운 선출직이 이끄는 지자체인 만큼 이같은 고려가 이뤄지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눈감고 놔둘 일은 더더욱 아니다. 남의 떡이 좋아보이니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는 것은 아닌 지 거듭 살펴봐야 한다. 그렇게 해도 구멍나기 일쑤이고, 잘못되기 십상인 것이 정책이다. 관리가 안되면 흉물로 전락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더구나 풍경좋은 곳에 위치한 만큼 이미지를 훼손하는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분명한 기준과 꼼꼼한 계획에 따라 장기적으로 면밀히 검토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출렁다리 짓겠다고 출렁이는 지자체가 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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