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일 진천군 초평면 화산교차로 진입로에 로드킬(Road Kill)을 당한 고라니가 방치돼 있다. 요즘 고라니를 비롯한 야생동물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도로 곳곳에서 로드킬 흔적을 볼 수 있는 가운데 로드킬 사고 후 2차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운전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 김용수
8일 진천군 초평면 화산교차로 진입로에 로드킬(Road Kill)을 당한 고라니가 방치돼 있다. 요즘 고라니를 비롯한 야생동물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도로 곳곳에서 로드킬 흔적을 볼 수 있는 가운데 로드킬 사고 후 2차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운전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 김용수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도로에서 동물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어떤 때는 불가피하게 교통사고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최근 5년간 이같은 사고, 즉 로드킬(Road Kill))이 고속도로에서만 1만1천여건 가까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적지않은 야생동물이 죽기도 하지만 자칫 사고를 피하려고 하거나 사고 처리 과정에서 운전자가 피해를 입기도 한다. 지난 주말 경부고속도로 천안 인근에서 로드킬로 차량상태를 살피던 운전자가 뒤차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사고가 계속 되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충청지역만 따져봐도 로드킬로 인한 인명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서해안고속도로에서 멧돼지로 인한 5중추돌사고가 발생해 7명이 부상을 당했다. 2008년에는 홍성에서 관광버스가 야생동물을 피하려다 뒤집히면서 1명이 죽고 24명이 다치는 대형사고가 터지기도 했다. 특히 최근 5년간 충남에서 발생한 고속도로 로드킬이 전국 건수의 25% 가량을 차지한다는 통계이고 보면 지역에서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문제다. 2000년대 들어서 충남지역을 중심으로 고속도로가 크게 늘어난 것도 사고빈발의 배경으로 작용한 듯 싶다.

대부분의 동물 특히 야생동물들은 자기만의 영역을 갖고 있다. 다니는 길도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동물 입장에서는 다니던 길이 도로에 끊기고 영역내로 차량이 빈번하게 통행하는 상황을 맞게된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생태통로인데 서해안고속도로에는 단 1곳만 설치돼 있을 뿐이다. 대전~당진간 고속도로에는 4곳이 있지만 로드킬 사고 위험이 높은 지역임에도 없는 곳이 적지않다. 야생동물들을 위한 시설인데 사람의 입장에서 짓다 보니 이리된 것이다. 그러나 로드킬은 동물은 물론 사람에게도 큰 피해를 입힌다.

최근 로드킬 특징중 하나는 한적한 야외 도로가 아닌 도심 한가운데서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간선도로보다 주택가 이면도로 등에서 길을 잃거나 버려진 고양이 등을 차로 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갑자기 낯선 환경에 처해져 먹이를 찾아 배회하던 중에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작은 동물이어도 운전자의 과실을 유발해 다른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도심 로드킬은 버려지는 동물들의 복지문제와 교통사고 유발이라는 문제가 겹쳐지면서 도로 위의 안전을 잠재적으로 위협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

로드킬이 빈발하는 곳에 주의 표지판을 세워 서행을 유도하는 등의 방안은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 무엇보다 동물 활동에 대한 이해와 자료가 우선이다. 도로별 관리주체가 제각각이다 보니 정확한 로드킬 실정도 파악이 안되고 있다. 어느 곳에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제대로 된 근거가 없는 것이다. 생태통로도 이런 바탕속에서 늘려야 한다. 도심 로드킬은 좀더 복합적이지만 버려진 음식물 등이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도심 주변 공터 등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동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이라면 사람도 살 수 없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공존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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