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화상병이 발생한 제천 백운면의 한 과수원에서 뿌리째 캐낸 과수나무들을 땅에 매몰하는 방제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충북도 제공<br>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제천 백운면의 한 과수원에서 뿌리째 캐낸 과수나무들을 땅에 매몰하는 방제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중부매일DB

식물검역법상 '가장 위험한 식물병'으로 '과수 구제역'이라 불리는 과수화상병에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올해 발생이 충북에 집중되면서 다른 지역보다 심각한 상황이지만 충북도에서는 쉬쉬하는 모양새다. 대책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언론 등 외부에 드러나는 것을 피해보겠다는 의중이 읽혀진다. 이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피해가 큰데도 대책을 찾지 못해 답답한 것 만큼이나 소극적인 자세로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이 더 걱정될 정도로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라도 자세를 바꿔야만 한다.

올들어 지난 5월 충남 천안을 시작으로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과수화상병은 국내 과수농가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됐다. 충북에서도 지난 5월24일 충주에서 발생이 확인된 뒤 제천 등지로 빠르게 번져 북부지역을 강타하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규모만 해도 충주 71곳 49.4㏊, 제천 55곳 42.4㏊, 음성 4곳 2.3㏊ 등 농장 133곳 94.1㏊가 과수화상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발생이 의심돼 신고한 뒤 판정을 기라리는 곳을 합치면 140곳을 넘겨 100㏊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불과 2달도 안돼 과수재배의 기반을 뿌리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충북의 피해규모는 지난해 발생면적의 3배를 웃도는 것으로 전국 피해면적의 90%에 이른다. 최근 고온으로 인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확산에 대한 우려가 적지않다. 또한 강원도 원주에 이어 그동안 청정지역이었던 경기 북부까지 번지면서 추가 확산도 걱정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대책과 진단은 제자리걸음이다. 농업진흥청에서 뒤늦게 '연구협의회'를 만들어 운영에 들어갔지만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방역시기를 바꾸고 선제적 방역을 강화하는 방안이 제시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치료나 방제 약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수화상병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까닭은 충북에서의 발생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적으로 맞붙어 있는 제천시 백운면과 충주시 산척면에 발생농장이 집중돼 있고, 백운면의 경우 2015년에 이어 지난해, 올해까지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연유로 벌써부터 이들 지역의 내년 발생 가능성을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피해지역이 해를 거듭할수록 인근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도 주의해야 하는데 올해 음성군으로 확산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병의 잠복기가 최대 20년에 달한다는 점도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문제 해결이 어렵다면, 대책을 찾기 곤란하다면 밖으로 널리 알리는게 방법일 수 있다. 최근 충주지역에서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진 약제도 검증과 확인까지는 아직 거쳐야 할 과정이 많다. 이를 최대한 빨리, 효율적으로 진행시킬 필요가 있다. 이것저것 따질 계제가 아닌 만큼 적극적인 태도가 아쉬운 것이다. 과수화상병이 지금보다 더 확산되고, 연례적으로 발생한다면 '청정국' 지위를 잃을 수 있다. 방제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화상병만큼이나 국내 과수산업에 치명타가 된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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