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 단속 방안 '무단방치차량' 실효성 없어

청주시 공용주차장 및 주택가 이면도로에 캠핑카와 캠핑트레일러가 장기 주차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왼쪽부터 청주 명암동, 오창공용주차장, 신봉동에 주차된 캠핑트레일러 모습). /신동빈
청주시 공용주차장 및 주택가 이면도로에 캠핑카와 캠핑트레일러가 장기 주차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왼쪽부터 청주 명암동, 오창공용주차장, 신봉동에 주차된 캠핑트레일러 모습).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최근 1세대 걸그룹 '핑클'이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즐기는 예능방송이 전파를 타면서 캠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낭만을 쫓는 캠핑족 중 일부는 주차 공간 확보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시민 다수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6일 오전 청주시 상당구 명암동 청주우암어린이회관에서 청주동물원을 잇는 도로변 주차장에 3대의 캠핑트레일러가 주차돼 있었다. 산성옛길 인근 공터에도 1대의 트레일러가 자리를 잡았다.

청주랜드사업소에 따르면 트레일러가 주차된 시점은 최소 3~4개월 전인 것으로 확인됐다. 주말이면 놀이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로 주차공간이 부족한 실정이지만 트레일러 소유주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흥덕구 신봉동 아파트 뒤편 골목길에도 흰색 캠핑트레일러 2대가 자기 땅인 양 버젓이 주차돼 있었다. 이 차량 역시 한 달 이상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이다.

시가 운영하는 공용주차장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 4월 논란이 된 청원구 오창공용주차장과 오창미래지농촌테마공원에는 수십 대의 캠핑카와 트레일러가 여전히 줄지어 주차돼 있었다. 알박기 식 장기주차로 시가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이 캠핑전용 주차장으로 둔갑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반복되는 이유는 캠핑카와 트레일러 차량이 레저 등 특수목적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승합차나 버스, 피견인형 자동차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일반차량으로 등록되다보니 차고지를 따로 마련해야 하는 특수차량과 다른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행정당국은 캠핑차량 소유주들의 배짱 주차에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법상 특수차량이 아니기 때문에 공용주차장 장기주차를 단속할 근거가 없다. 무단방치차량으로 이동주차를 권고하거나 견인할 수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상당구청 무단방치차량 단속요원은 "누군가 버리고 간 차량이 아니고서야 견인까지 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시민들이 트레일러가 주차돼 있다고 민원을 제기하면 이 사실을 차주에게 알리고 이동시켜 줄 것을 부탁하지만 이동 유예기간도 최소 한 달은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원접수부터 이동까지 최소 두 달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어 그는 "차량을 바로 옆 주차구역으로 옮겨놔도 무단방치차량으로 볼 수 없다"며 "10㎝를 옮기면 그 시점부터 또 다시 두 달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또 "실제 견인을 하게 되면 과태료도 내고 견인비도 물고 하니까 캠핑차주가 다시 민원을 제기한다"며 "적극적인 행정조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공용주차장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청주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의도적인 장기주차로 보고 행정조치에 나설 경우 수십대의 캠핑차량이 청주시내로 스며들게 된다"며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공영주차장의 일부를 활용해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에서 발표한 2008~2018년 캠핑카 및 캠핑트레일러 등록현황(등록대수는 추정치로 시스템에서 차명에 캠핑이라는 용어가 들어간 대수로, 튜닝차량은 제외한 통계)에 따르면 2008년 9대(캠핑카7·트레일러2)에 불과하던 등록차량이 2018년 611대(캠핑카88·트레일러523)로 증가했다. 10년 동안 캠핑 관련 차량이 70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개조차량까지 감안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레저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캠핑족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그에 따른 주차 공간 확보 등 관련법은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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