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 作 도덕암의 달빛
장영주 作 도덕암의 달빛

지구상에 어디에도 없을 천등산, 지등산, 인등산이라는 삼등산의 이름을 지은 분들의 소망은 무엇이었을까? 사람이 생명을 받아 태어난 이상, 지혜는 영원한 하늘에 닿고, 덕은 모든 것을 키우고 받아주는 땅처럼 가득 펼치고 마침내 하늘과 땅에 합당한 인간이 되라는 마음이셨을 것이다. 그분들은 분명히 '천지인이 하나'임을 철저하게 익히신 존재들이시니 도대체 얼마나 수행 깊은 도인들이셨을까? 우리는 아득한 옛날부터 하늘을 아버지로 땅을 어머니로 일컬어 '천부지모(天父地母)'라고 부르며 의지해 왔다. 사람은 하늘 아버지와 땅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천손(天孫)'이라고 불렀다. 따라서 하늘 아버지 씨와 땅 어머니 보살핌의 조화로 피어난 꽃 같은 자손이라고 '지화자 좋다(地花子 造化롭다)'라는 추임새도 있다. 우리 한민족 철학의 가장 큰 특징은 천지인 합일 사상이니 천등산, 지등산, 인등산은 이토록 우리 겨레의 밤 우주적인 철학적 가치가 오롯이 심겨있는 크고, 밝고, 거룩한 산이다. 그 산을 넘어가면 다릿재(374m)가 있다. '대동여지도'는 원서면 박달치(朴達峙-현 박달재, 453m)에서 서쪽으로 도로를 따라 목계로 이어지는 고갯마루에 '달아치'가 있다고 기록한다. 여러 가지 의미 중에서도 '다다를 달(達)'자 와도 관련이 있을 듯하다. 과연 속세에서 선계로 다다르는 언덕이 아닐까? 사람으로 치자면 가슴의 중단전과 머리의 상단전을 잇는 수행자의 언덕은 아닐까? 삼등산과 박달재는 무심으로 마음을 닦는 충청의 보물중의 보물이 아닐 수 없다.

다릿재에 이어 밝은 언덕 박달재가 펼쳐지는 중간에 흰 구름의 동네 '백운'이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다. 농협 주유소를 끼고 우측으로 약 십 여리 들어가면 박달재 자연 휴양림이 있고 그 옆에 '도덕암'이 있다. 도덕암은 마치 탑처럼 솟아 오른 듯한 덩어리의 바위인데 또 그 정수리위에 정성을 다해 쌓아 올린 탑이 있다. 백운은 신라의 마지막 충절의 상징인 마의태지가 덕주 공주와 헤어져 금강산으로 들어 간 곳이라는 전설이 내려온다. 백운면의 진소 마을은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찍은 곳이다. 현대인의 고독을 상징하듯 높은 철교 위에서 달려오는 기차를 향해 배우 설경구는 마지막 소망의 단말마를 외친다.

"나 다시 돌아갈래!"

누구나 돌아가고 싶은 곳과 때가 있기 마련이지. 흰 구름의 동네 백운은 그 어떤 상처도 치유 할 수 있는 시공을 초월한 자연의 힘이 내재된 곳이다.

나는 이곳을 지나칠 때면 어김없이 식사 때에 맞춘다. 칼국수 한 그릇을 먹기 위해서이다. 백운 농협 옆, 소문이라도 날 까 부끄러운 듯 골목 깊숙이 선배이자 주민인 정영철 님이 소개한 '자연 칼국수 집'이 나온다. 담백하고 구수하고 속 편안하고 양도 넉넉하니 영락없는 어머니 표 칼국수이다. 그 집의 모든 차림은 칼국수와 만두 국인데 오래 전부터 한 그릇에 오천 원이다. 한산한 시골, 장날이 아닌 평일날도 식사시간에는 줄서서 기다리다가 겨우 밥상을 차지한다 해도 합석하기 다반사이다. 모두 그릇에 얼굴을 박고 땀 뻘뻘 흘리면서 군말 없이 먹는다.

힐링 흰 구름 자연 칼국수, 일단 한 번 드셔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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