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가
누가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가
  • 중부매일
  • 승인 2019.08.1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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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칼럼] 논설고문·유원대 새로운시니어연구소장

폭염이다. 딩동 소리에 휴대폰을 보니 행정안전부가 보낸 폭염경보다. 야외활동을 자제하란다. 작열하는 태양에 도심거리가 한산하다. 상가주인들의 얼굴이 무표정하다. 거리에도 활기가 사라졌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 배제 후폭풍과 증시폭락, 북한의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 소식이 연일 화제다. 경제와 안보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만큼 미궁(迷宮)속에 빠졌다.

하지만 사람들이 안보불안보다 더 우려스러워 하는 것은 발등의 불이 된 경제불안이다. 일본은 문재인 정부 움직임을 봐가며 실행할 '100개의 보복 조치' 리스트가 있다는 말이 퍼지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누가 더 고통을 느낄지는 안봐도 뻔하다. 중재를 기대했던 미국은 팔짱을 낀 채 말로만 훈수를 두고 있다.

한때 한 외교관이 했던 '한국인의 세가지 무지(無知)'라는 말이 주목을 끌었다. 한국인들은 경제기적의 주인공인지 모르고, 전쟁의 위협이 상존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일본을 우습게 보는 유일한 나라라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지적을 마치 남의 말 하듯이 해왔지만 그것을 최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이런 사실을 망각하는 순간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 현 정부가 이를 제대로 일깨워주었다.

문재인 정부에게 과거는 무조건 적폐다.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을 설득해 한미방위조약을 맺으면서 안보가 탄탄해졌고 박정희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계개선과 수출주도형 경제, 새마을정신으로 압축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흠결은 있었지만 대한민국이 선진국 문턱에 도달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박정희·김대중 대통령은 과거를 딛고 미래로 올라서겠다는 미래지향적인 정치로 일본을 포용했지만 이 정부는 자존감을 엉뚱하게 표출하며 스스로 고립의 길을 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또 '거짓평화'에 집착해 북한에 끌려 다니고 있다. 작년 4월27일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판문점에서 만나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세기의 담판'을 벌였다. 하지만 남북화해의 상징적인 이벤트는 쇼로 끝나는 분위기다. 북한 비핵화는 국민들에겐 희망고문이다. 진짜 평화를 만들려면 북한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국방력을 키워야 한다. 하지만 일본과는 등지고 미국과는 소원해졌다. '풍전등화(風前燈火)'는 지금도 유효한 말이 됐다.

문재인 정부만큼 일본을 우습게 보는 정권은 없었다. 일본의 경제력은 유럽의 강국 독일보다도 더 크다. 해외재산보유액에선 1위, 군사비 지출은 세계 6위다. 국력을 내세워 오만방자한 일본을 넘어설 수 있는 극일정신을 갖는 것과 일본을 만만히 상대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에서 '법과 상식'은 통하지 않는다. 세계는 불평등하고 불공정하다. 일본과 맞대응 하려면 이스라엘처럼 강군을 육성하고 경제성장을 통해 체급을 올리던가 아니면 외교수완을 발휘해 압박해야 한다. 청와대 대처라는 것이 대통령이 거북선모양의 식당에서 오찬하고, 비서는 죽창가나 부르짖으며 선동하는 것이 고작이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지금 대한민국은 미증유(未曾有)의 복합위기에 처해있다. 중국과 러시아, 일본과 북한 등 주변 어느 나라도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외려 호전적인 얼굴로 영공을 침범하고 미사일을 쏴대고 경제전쟁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영원한 우방이라던 미국은 한국의 위기를 관망하면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지경이 됐는데도 여권은 나라의 위기 대책 보다는 '총선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야당은 엄중한 현실에도 집안싸움에 골몰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런 한심한 처지에 몰렸나. 국민적인 역량은 이럴 때 발휘해야 한다. 정치권이 무능하거나 정신을 못 차리면 국민이 경종을 울려야 한다. 내년 총선은 그래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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