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GCJ갤러리서 31일까지 열려

이종국 작 종이를 품은 달
이종국 작 종이를 품은 달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지난 6월 서울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 '종이를 품은 달'을 주제로 기획 전시를 가진 이종국 작가의 작품을 청주에서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청주시 흥덕구 가경로 8-1에 위치한 상설미술전시장 (주)GCJ갤러리청주에서는 충북의 대표 한지 공예가이자 회화 작가인 이종국 작가의 '종이를 품은 달-이종국 초대전'을 지난 15일 개막해 오는 31일까지 개최한다.

이종국 작가는 첩첩산중 오지, 몇 굽이의 고개를 넘어야 펼쳐지는 비밀스러운 공간처럼 앉아 있는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소전리 벌랏마을에서 마을 주민들과 공동체 삶을 꿈꾸며 닥나무를 키워 전통한지 제작의 맥을 이어가며 한지공예 예술을 꽃피우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한지 뜨는 마을은 불과 10여개 정도만 남아있다고 한다. 하는 일이 고되고 돈이 되지 않는데다 값싼 수입 종이가 밀려오고 있기 때문에 닥나무를 재배하고 한지를 만드는 사람은 돈벌이를 생각하지 않는다.

이 작가 또한 "우리 고유의 삶과 멋, 역사의 맥(脈)이 단절되면 안된다는 절박감과 해야 할 의무만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예로부터 우리는 지천년견오백(紙千年絹五百:한지는 천년을 가고 비단은 오백년을 간다)이라는 말로 한지에 대한 사랑과 자긍심이 대단했고, 중국과 일본에서도 귀한 대접을 받았다. 한지는 닥나무를 재배하고 총 99번 장인의 손을 거쳐 마지막 100번째 쓰는 이의 손길이 있어야 한지가 완성된다고 해서 백지(百紙)라고도 부른다.

이종국 작 종이를 품은 달
이종국 작 종이를 품은 달

벌랏마을의 한지는 한때 400년 전통을 자랑했지만 1975년 대청댐이 들어서고 사람들이 떠나면서 점차 잊혀져갔다. 이 작가는 농촌의 물질적인 결핍이 결코 정신적인 결핍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벌랏마을 주민들과 함께 농촌문화 운동의 일환으로 이 지역 사람들이 생계수단으로 삼았던 한지제작을 복원하기 시작했다. 그 간의 노력 끝에 소전리가 농촌 전통 테마 마을로 지정됐고 마을 입구에는 '벌랏 한지마을'이라는 이정표가 세워지고 한지체험장이 들어서게 됐다. 산비탈 밭이 전부여서 논농사를 지을 수 없는 벌랏마을 주민들에게 한지의 복원은 새로운 희망이 됐다.

이 작가는 독일, 오스트리아, 중국, 일본, 하와이 등 세계 곳곳에서 한지를 비롯해 닥종이 그릇, 부채, 젓가락, 솟대, 짚풀공예 등 다양한 형태의 한국전통문화 작품들을 선보인 바 있다. 한지의 제작과 각종 한지공예작품들 그리고 평면 회화 작품에 이르기까지 전 작품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내용은 '자연'이다. 그것도 우주공간을 가득 채우며 쉼없이 탄생과 소멸을 거듭하는 살아 숨쉬는 생명의 자연을 이야기하고 있다. 최근들어 그의 작품세계는 실용에서 거듭나 감상적 예술가치로의 확대를 꾀하고 있다.

녹조속으로 들어간 이종국 작가
녹조속으로 들어간 이종국 작가

이 작가는 대청호변에 살면서 대청호의 생태적 특성을 엿보게 됐다. 6~7월 장마가 시작되면 상류의 빗물이 마을과 마을을 지나고 논밭을 지나 대청호로 유입되면 수위가 올라가면서 수초들이 섞고 녹조가 발생한다. 녹조를 방치하면 호수의 오염원이 되는데 작가는 녹조를 수거해 그 물성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대청호의 녹조를 채취해 잡티를 제거하고 1년간 숙성시키면 살아있는 이끼에서 나는 향기롭고 검은색의 순수섬유질 성분을 얻어냈다. 그렇게 새롭고 싱싱하게 태어난 녹조를 닥종이와 함께 섞어 더욱 견고하고 다양한 색깔의 달 항아리를 탄생시켰다. 온 몸으로 쏟아붇는 정성과 살아있는 생명으로 꽉 채워져있는 자연에 대한 강한 믿음과 확신이 그의 순수한 예술작품 속 철학으로 담겨있다.

이 작가는 이미 녹조를 활용한 문화상품 및 예술작품을 만드는 기술을 특허출원한 상태다. 닥나무를 활용한 종이를 생산하는 것보다 녹조를 활용하거나 녹조와 닥나무를 혼합해 사용하면 다양한 형태의 달항아리와 소반, 접시 등 생활에 유용한 문화상품을 만들 수 있으며 작품 제작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 수질오염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는 녹조를 문화재생 할 수 있어 환경문제를 해결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이 작가는 "닥나무 종이는 느리게 살았던 과거의 일상과 삶을 닮았다면, 녹조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적 일상을 고스란히 닮고 있다"며 "이 두 개의 조합은 새로운 창작의 유혹을 멈출 수 없게 하는 마력이 있을 뿐 아니라 이 시대가 요구하는 융합과 창조의 가치를 갖게 한다"고 말했다.

이번 갤러리청주의 여름 특별초대전은 작열하는 여름 햇살속에 줄줄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받아내며, 바람과 물과 풀벌레의 이야기를 작품에 옮겨 놓은 소박하고 단아한 아름다운 한국 전통의 한지공예를 엿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뿐만아니라 종이로 만든 달항아리를 비롯해 한지 회화 작품들과 그 외에 소반, 부채, 젓가락 등 생활에 유용한 생활소품들을 구입할 수 있는 전시로 구성돼 있다.

갤러리청주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이종국 작가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어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청주시민의 많은 관심과 관람을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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