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의 집단적 '아비투스'
우리사회의 집단적 '아비투스'
  • 중부매일
  • 승인 2019.08.2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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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우리사회는 집단주의적 특징이 강하게 나타나는 사회다. 오지랖이 넓은 사회라는 말 한마디에 답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이 잘 구분되지도 않는다. 집단적 아비투스(habitus)가 강하게 나타난다는 의미다. 예컨대 자녀교육의 문제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지만 입신출세라는 가치에서는 가장 공적인 것과 결합되어 있다.

거친 도식이지만 개인주의의 반대개념은 집단주의다. 집단주의는 집단을 위해 개인을 수단화시키는 이념이다. 수단화된 개인은 마치 사회 내의 부품처럼 기능하게 만든다. 집단 속에 끼지 못하면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사회의 병폐들은 이런 집단주의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폭력도 그 근저에는 집단주의가 있다. 서로간의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도 집단주의적 특징이다. 집단이 강조 될수록 개인과 개성은 사라진다.

집단주의적 특징이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사회는 북한과 중국이다. 이들의 집단성은 현재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 중국시위에서도 잘 나타난다. 표면상으로는 정치범을 중국정부에 송환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에서 출발했지만, 오랫동안 영국의 지배에 의해 배태된 홍콩의 개인주의적 문화와 중국의 집단주의 문화가 충돌한 것이다. 개인과 개성이 존중되느냐 아니냐의 문제는 결국 열린사회냐 닫힌사회냐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

다시 본론으로 와서, 개인주의 사회가 열린사회라고 한다면 집단주의 사회는 닫힌사회다. 닫힌사회는 개인보다는 집단을 우선시 한다. 앞서 지적했듯이, 우리 사회는 집단성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면에서 열린사회라고 보기는 어렵다. 스스로 개인주의자를 자처하고 나선 한 판사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밝힌 표현을 그대로 빌려보자.

"눈치와 체면, 모양새와 뒷담화, 공격적 열등감과 위계질서, 패거리 정서와 조폭식 의리, 장유유서와 일사불란함, 상명하복과 강요된 겸손, 용비어천가, 촌스러움과 기타 등등", "자신의 주체적 생각을 버리고 한 집단이 가지고 있는 힘에 영합하는 것이 바로 집단주의다. 집단주의에서 강조하는 것은 학연, 지연 등의 연줄과 보스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심 등이다."

문학평론가 마광수씨도 '지금은 개인주의 시대'라는 자신의 책에서 우리사회를 이렇게 평했다. "전체보다 개인, 질서보다 자유이다. 이 시대는 전체주의자가 아니라 개인주의자를 요구한다. '모난 돌'은 좋은 돌이므로 '정'을 맞아서는 안 된다. 개성이 튀는 사람을 억압하는 한국사회, 그래서 이 나라는 점점 더 사그라든다."

개인주의라는 말이 '개인적 이기주의'와 같은 부정적인 의미로 읽혔을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르네상스 시대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류문명을 이끈 문화의 엔진은 개인주의였지만 우리가 실질적으로 개인주의를 받아들인 것은 80년대 민주화 시대 이후다. 전쟁과 남북분단 등의 과정에서 나타난 예컨대, 전쟁 통에 해체된 가족을 복원하기 위해 등장한 '내 가족 제일주의'나, 물밀듯이 들어온 기독교적 집단주의와 맞물려 개인주의 문화가 우리사회에 침윤되기 어려웠던 탓이다.

[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개인주의는 개인의 가치가 삶의 중심이 되는 가치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모습으로 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사회는 개인주의와는 여전히 거리가 먼 사회다. 실제로 어떤가. 개성시대라고 말하면서도 노출이 심한 옷을 입으면 흘끗흘끗 쳐다본다. 옷차림이 왜 저 모양이야 라는 표정이 역력하다. 남의 눈을 의식하여 자신을 포장하고 감추는 일에는 너나할 것 없이 너무 익숙해져 있다. 학연, 지연, 혈연의식은 우리의 삶을 얼마나 얽어매는가. '오지랖이 넓은 사회'라는 이 한 마디는 집단이 개인을 통제하려는 집단주의적 사회라는 말의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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