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한반도에 작지만 귀중한 묘목 한 그루가 심겨졌었다.

남쪽의 거름진 토양에 씨앗을 파종하여 여린 싹을 튀운 이 묘목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역사적 소명’을 안고 북한으로 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비록 척박한 토양이지만 앞으로 잘자라 평화 통일의 큰 나무로 성장해달라며 차디찬 땅을 파고 심은 것이다.

이들은 이 묘목을 이름하여 ‘6·15 공동선언’이라 했다.

이후 남쪽은 이 묘목이 척박한 땅 튼튼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묘목의 육림사업을 위해 북쪽에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왔다.

그러나 북쪽에서는 묘목의 튼튼한 성장보다는 ‘잿밥’에만 이끌여 제때에 물도 주고 비료도 주고 햇볕이 잘들도록 잡초도 뽑아 주어야 하는데 이를 외면하거나 소홀히해 묘목을 심은지 5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평화통일의 큰 거목의 떡잎이 자라지 않고 있다.

세계적인 이슈인 북핵문제가 그렇고, 그동안 남과 북의 여러 대화 창구가 일방적인 ‘내맘대로’결정하며 몽니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때에 ‘6·15 공동선언’의 묘목을 심은지 5주년이 되자, 꺽어진 해를 유달리 좋아하는 북쪽에서 남과 북이 한자리에 모여 ‘6·15 평양통일대축전’기념행사를 갖고 자축(?)했다.

거리에 동원된 환영군중들이 붉은 조화를 들고 흔들며 비가 쏟아지는 속에서도, 또 공연이 끝나고 ‘고정하라’는 지시에 모두가 꼼짝하지 않고 서 있는 모습에서 ‘목각 인형’이란 인상을 받았다면 기자는 진짜 보수꼴통일까.

우리 민족은 신명이 많다. 그것은 남과 북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기쁘고 즐거우면 춤 추며 노래하고 때론 슬픔도 노래로 달래기도 한다. 우리사회에는 노래방의 범람으로 ‘전국민 가수화’가 된지도 이미 오래다.

노래는 또 시대를 반영한다. 한때 군사정권에 의해 금지곡이었던 ‘독도는 우리땅’이 요즘엔 대국민 애창곡이 되었듯이 말이다.

헌데 지난 14일 북한의 내각 총리가 주최한 ‘6·15 공동선언’묘목의 육림사업장에서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민족상잔 당시 북한 스파이들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 ‘이름없는 영웅들’의 주제가인 ‘기쁨의 노래 안고 함께 가리라’를 불렀다고 한다.

그는 ‘무슨 기쁨으로 누구와 함께 가겠다’는 것인가. 노래는 부를 장소와 때에 따라 달라야 한다. 초상집에서 한잔 술에 취한채 ‘찬가(讚歌)’를 불러서야 되겠는가.

어느 교수가 80년대의 대표적 운동권 노래로 청와대에서도 한 때 흘러 나왔던 노래를 ‘그만 부르라’고 일갈했 듯, 참여정부의 노래방이 헷갈린다. 그렇게도 부를 노래가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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