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천호 교육감의 빈소가 마련된 청주 흥덕성당 영안실.

갑작스런 비보를 듣고 달려온 선생님들이 할 말을 잃은 채 눈물을 훔친다.

“교육계의 큰 별이 떨어졌다”며 술로 슬픔을 달래는 모습이 안스럽기조차 하다.

갑작스런 교육감의 죽음에 대해 이런저런 추측이 나돌고 있으나 대부분 과로사(過勞死)라는데 입을 모은다.

사전은 과로를 ‘지나치게 일하여 몸이 지침’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가까이서 지켜본 기자는 김 교육감은 과로를 넘어 일 중독증(Workholic)에 가깝지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달 5일에는 충북도교육청과 중부매일이 어린이 날 행사를 공동으로 개최한 적 있다.

공식행사가 10시에 시작되지만 행사 준비를 위해 7시께 행사장을 나가보니 곧 바로 김 교육감도 행사장을 찾았다.

몇 분 선생님들과 함께 김밥으로 아침식사를 한 김 교육감은 “선생님들이 잘 준비하시리라 믿지만 그래도 걱정이 돼서…”라며 어린이들이 혹여 다칠까봐 위험해 보이는 시설을 꼼꼼히 챙기는 모습은 우리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나의 사례지만 김 교육감의 이같은 부지런함은 40여 년 교직생활 내내 한결같았다는 게 교육계 인사들의 중론이다.

김 교육감은 생전에 “나는 교직을 선택한 뒤로 한눈을 팔지않은 채 지금까지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며 “교직이 좋아서,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하며 살아오는 과정에서 어느덧 교육감이라는 자리에까지 오르게 됐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그는 “나는 지금 교육감 자리에 있지만 오늘로 임기가 끝난다는, 그리고 내일은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투석과 신장이식 수술을 하고 사경을 헤매며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속에 살던 어려웠던 지난날을 늘 되새기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즉생(死卽生)의 고단한 철학을 가진 고인은 “개인적으로 미래를 헤아릴 수 있는 혜안(慧眼)이 부족하며, 민주적인 지도자적 자질을 더 다듬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낀다”며 늘 배우고 공부하는 일신 우일신(日新 又日新)의 일관된 생을 살아왔다.

김전원 청주교육장은 조사에서 “그 발걸음이 너무 빨라 따라가기 힘들다고 투정하다가도 충북교육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열정에 감탄했다”며 “먼 하늘나라에서도 책을 놓지 못하시고, 충북교육의 앞날을 걱정하실 분이기에 남아있는 충북교육 가족들은 세계속에 우뚝 서는 충북교육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명복을 빌었다.

충북의 교육가족들이 이제 눈물을 닦고 더욱 희생적인 자세로 일하는 것이 고인의 유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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