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농협은 9일 도내 태풍 피해 농가의 피해복구와 농작물 수확지원에 나섰다. /충북농협 제공

가을걷이를 대표하는 추석명절이 왔지만 적지않은 농가들이, 특히 과수농가들이 큰 시름에 잠겼다. 얼마전 서해안을 따라 북상하면서 충청권 등지에 큰 피해를 준 태풍 '링링' 때문이다. 그동안에도 가을 태풍들은 올때마다 농가에 적지않은 피해를 주었지만 이번 태풍은 빠른 추석을 염두에 두고 어렵게 키워낸 농작물의 손실로 이어지며 상당수 농가에 직격탄이 됐다. 더구나 이같은 상황이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풍수해 피해 보전을 위해 마련된 '재해보험'의 가입률이 여전히 낮은 것으로 드러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농가들도 일부에 그치는 상황이다.

이번 태풍으로 과수농가 등 300㏊가 넘는 농작물 피해가 접수된 충북의 경우 전체 과수농가의 25%만이 재해보험에 가입했다. 보험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농가가 4곳중 1곳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나머지 농가들에게는 다른 작물 대파대와 농약대 등만이 지자체를 통해 지원된다. 따라서 태풍 등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해당 농가가 짊어져야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보험료 부담 때문이라고 한다. 정부 지원이 최대 90%에 이르지만 현실적으로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피해 농가와 면적이 그리 크지 않다면 다른 방법을 모색할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수가 농촌 수입의 큰 몫을 차지하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재배단계에서 이뤄지는 재해보험 가입만큼 효과적인 대처 방안을 찾기 어렵다. 더구나 과수는 수확기를 앞두고 풍수해 피해가 집중된다는 점에서 재해보험 가입이 꼭 필요한 분야다. 충북의 경우 괴산 90,6㏊, 영동 54.8㏊, 보은 46.7㏊ 등 과일 집산지의 피해가 다른 시·군에 비해 컸다는 점이 이를 확인시켜준다. 그런 만큼 과수분야만이라도 재해보험 가입의 손질이 필요해 보인다.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률, 특히 과수농가의 가입률을 높이는 문제는 충북만의 과제가 아니다. 이번 태풍으로 충남에서는 과수만 2천㏊가 넘게 피해를 봤다. 주택과 비닐하우스 등 관련 시설물 피해도 있었지만 수확을 바로 앞둔 과수농가의 피해가 가장 클 수 밖에 없다. 결국 이 문제는 전국 모든 지자체의 과제이면서, 중앙정부 차원의 보완대책이 요구되는 것이다. 기상이변이 일상화될 정도로 기후변화가 빈번해짐에 따라 이로 인한 과수농가들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이 시점에서 농작물 재해보험을 보완해야 할 까닭인 것이다.

농작물 재해보험이 도입된지 20여년 가까이 됐지만 아직도 가입률이 미미한 것은 제도의 틀부터 다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대상품목이 60여개로 다양해지고 지원비율이 높아지는 등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가 취해졌지만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따라서 보완을 위한 노력은 꼭 필요하다. 자동차 보험처럼 일부 기준을 정해 책임보험 형식으로 가입하거나 농가의 부담이 큰 보험료 조정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보험은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야 제 몫을 다하는 만큼 이에 대한 지원도 이를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