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시 전경 / 중부매일 DB
청주시 전경 / 중부매일 DB

충북 청주의 허파로 불리는 구룡산은 높이가 165.6m밖에 안되는 아주 낮은 산이지만 청주시 서원구 개신동·산남동·성화동에 걸쳐 형성돼 예전부터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도심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능선이 부드럽고 길게 뻗어있어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다. 하지만 구룡산이 최근 몇 년 새 몸살을 앓아왔다. 도시계획시설 일몰제로 개발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해왔다.

그러나 청주시가 '일몰제' 대상인 구룡산을 비롯해 도시공원 매입을 위한 예산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녹지공간을 보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도시의 숲을 살리기 위한 바람직한 행정이다. 청주시는 엊그제 제2차 추가경정예산에서 500억원의 '녹색사업육성기금' 등을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했다. 이 기금은 도심 녹지 공간 확보를 위해 조성하는 것으로 청주시는 이 기금을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되는 도시공원 매입 등에 사용키로 했다. 시는 내년부터 6년간 매년 200억∼300억원을 추가 출연해 2025년까지 2천527억원의 기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기금마련이 쉽진 않겠지만 청주의 미래를 위해선 계획을 관철해야 한다.

공원일몰제는 도시관리계획상 공원 용지로 지정돼 있지만, 장기간 공원 조성 사업에 착수하지 못한 부지를 공원 용도에서 자동 해제토록 한 제도이다. 도시계획시설 결정 후 20년이 지났을 경우 적용되는데 시행 시점은 내년 7월 1일이다. 전국적으로 실효 대상 공원 용지는 396.7㎢로 서울시 면적(605.3㎢)의 절반을 넘는다. 도심의 녹색공간이 사라진다면 도시인들에겐 심각한 위기다. 바로 이 때문에 일부 지자체는 예산을 투입해 공원의 장기 미집행 부지(사유지)를 사들이고 있다.

재정운영에 적잖은 부담에도 불구하고 지자체가 부지매입에 나선 것은 민간특례사업으로 인한 환경파괴가 장기적으로 시민들의 삶의 질을 추락시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민간특례사업은 민간업체가 공원 용지의 30% 이내에 아파트나 상가 등을 짓고 나머지에는 어린이 놀이터와 생태연못, 숲 체험공간 등을 꾸며 지자체에 기부 채납하는 방식으로 얼핏 보면 그럴듯하지만 무리한 용도변경과 특혜 시비를 낳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근본적으로 자연환경 보존에 역행하는 것이다. 청주 역시 1년 후엔 지도가 바뀔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청주의 녹음이 짙은 숲이 축소되고 회색빛 콘크리트가 확대된다면 시민들은 삭막한 환경에서 살 수 밖에 없다.

청주시는 2027년까지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되는 도시공원 68곳 가운데 33곳을 보전 우선 대상으로 정한 바 있다. 이들 공원을 매입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4천420억 원으로 추산된다. 막대한 예산이지만 청주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살리기 위해선 청주시의 기금 확보액은 반드시 늘려야 한다.

도시공원은 심신에 지친 사람들을 치유해주고 주민들이 자유롭게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게 조성된 공간이다. 난개발로 인해 도심의 숲이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상업시설로 바뀌면 시민들은 쉴 곳도, 산책할 곳도 없다. 구룡산처럼 도심의 숲이 갖고 있는 유무형의 가치는 값을 매길 수 없다. 청주시의 소중한 자산인 도심의 숲을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선 개발보다는 보존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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