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까지 충북문화관 내 청주 숲속갤러리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충남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여인영 작가가 충북문화관 내 청주 숲속갤러리에서 네번째 개인전을 개최한다.

'폐허'를 주제로 열리는 여인영 개인전은 오는 22일까지 감상할 수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여인영은 24년 동안 한동네에 살았지만 한 번도 인식되지 않았던 건물이 어느 순간 눈에 들어오고 마치 처음 보는듯한 낯선 감정을 느끼면서부터 그 지역의 건물에 관심을 갖고 그리기 시작했다. 여인영은 이러한 '낯설음'을 자신의 기억속의 '틈'으로 표현한다.

여 작가가 밝힌 "대전의 소제동을 기록하며 옛 것들에서 나를 찾고 발견하게 된다. 그 낡은 마을이 상처 난 채로 벗겨진 나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먹 드로잉 혹은 강렬한 색채로 상처를 그리는 그 동안의 표현 방식이 순식간에 바뀌게 되는 순간이었다"는 작가노트를 통해 그를 불러 세운 것은 간단치 않은 삶의 무게와 흔적들임을 짐작케 한다.

여인영이 그린 낡은 건물들은 '강남 부동산', '지선 미용타운', '신라당' 또는 해독하기 어려울 만큼 부식해 버린 '주산학원'과 같은 간판을 내걸고 있거나 너무 낡아서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가정집들로 이뤄져 있다. 여인영이 기억하고 기록하고자 하는 건물들에는 인간의 시간과 흔적이 묻어 있고 그 시간과 흔적만큼 치열하고 간단치 않았을 삶의 자취들을 담고 있기에 그 앞에서 우리는 미적 쾌감을 넘어서는 정서적 특별함을 마주하게 된다.

기억을 기록하는 과정의 작업을 하고 있는 여인영은 낡은 건물들을 그려오고 있다. 최근에는 버려진 것들에 대해서도 기록하며 그 안에서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하려고 한다.

한지에 먹과 연필을 이용해 그려진 건물들은 그 형태가 완전하게 그려지거나 화면 전체를 다 채우지 않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작가는 인생사의 수많은 관계와 인연들이 만들어 내는 자발성과 어떤 틀 안에서 명확하게 규정될 수 없는 삶의 여백에 주목하도록 이끈다.

낡은 건물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반추하며 관계와 인연에 대해 고민해 오던 여인영은 신작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버려 진 것들'과 '유한한 삶은 너와 다시 만날 그날을 더욱 소중하게 해'에서 작가는 두 개의 캔버스를 이어 붙여 하나의 캔버스를 만든 후, 버려진 자개장을 그려 넣거나 빨간색의 실을 교차시켜 놓은 나무틀을 캔버스와 나란히 놓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

이전 작품들에서 간혹 보여지는 빨간 선들은 (특히 '강남부동산'에서의 빨간 전깃줄) 서서히 가라앉듯 퇴락하는 존재를 고립된 것으로 가두지 않고 어디론가 연결되고 연장되는 느낌을 주는 데 이 빨간 선들은 '유한한 삶은 너와 다시 만날 그날을 더욱 소중하게 해'에서 더욱 적극적인 의미를 추구하는 듯 보인다.

이경인 작가는 "작가로서의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여인영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새로운 시도들을 계속해 오고 있다"며 "특히 신작에서 보여지는 소재와 형식의 변화는 그의 작가로서의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고 평했다.

그는 "시간과 기억, 관계와 인연에 대해 고민해 온 그는 낡은 것들이 존재하는 물리적 공간을 심리적 공간으로 치환시키며 새로운 시공간의 그물을 짜고 있는 듯하다"며 "커다란 캔버스에 이제 막 자신의 이야기를 그려나가기 시작한 여인영이 어떠한 질문을 던지고 답하며 자신만의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갈지 자못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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