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우리 사회가 혼돈의 진영 논리에 휩싸여 한 여름을 보냈다. 날도 덥고 태풍까지 몰아쳐 오는데 그랬다. 장관 후보자 한 사람에 대한 주변과 자신의 이야기로 대부분의 언론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이러니저러니 의혹과 해명을 쏟아냈다.

정치권의 내편 진영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떤 것도 거리낌 없이 내뱉는 저속한 가벼움을 온 국민이 어쩔 수 없이 경험해야 했다. 그리곤 서서히 이쪽이든 저쪽이든 빠져들기도 했다. 지겹다고 하면서도 만나기만 하면 그래서는 안 된다느니 그래도 그만한 인물이 없다느니 서로의 주워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설왕설래한다. 나누는 이야기가 사실인지, 앞뒤 간에 논리적인 모순은 없는지를 생각하지 않고 주장하는 것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설득 당하려 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이야기가 맞는다고 동의하더라도 자신은 반대라거나 찬성이라고 한다. 물론 한두 가지의 것을 가지고 자신의 믿음을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상대방의 생각과 판단을 존중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래도 일반인들은 정치권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온순하다. 정치권역에서 주고받는 말들은 참 더럽고 치사한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내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듯이 행동한다. 이럴 때는 과연 대한민국이 개인 의견이 존중되는 민주주의 국가인지 의심스럽다. 그들의 이런 태도로 국민을 편 갈랐다. 그들이 한 가장 큰 잘못이다. 큰일이다.

우리는 세계의 경제속에서 수출을 통해 부를 만들어가는 나라가 아닌가. 그런데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은 어둡기만 하다. 미운 짓만 골라하는 이웃 일본이 한국의 발전을 시샘하고, 정권을 잡고 있는 아베는 정권 유지를 위해 자국의 불이익과 자유무역 정신을 위배하며 수출규제를 단행하고 당분간일지라도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멈추지 않으며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는 우리의 영공을 침입하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5천년의 역사 속에서 굳건히 이 땅을 지키고 있다. 위기에 처할 때마다 정치권의 권력을 가진 자들이 지킨 게 아니고 장삼이사, 필부필부가 이 땅을 지켜냈다.

지금의 정치권은 온통 내년 4월에 치러질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몰두하고 있는 듯하다. 자신들의 말과 행위에 대해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것 같다. 배울 만큼 배웠고 알 만큼 알만한 그들이 마치 수오지심이 무슨 뜻인지를 모른다는 듯이 한다. 부끄러운 일이다.

오늘의 우리는 세계의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싫든 좋든 그렇다. 그러려면 다른 사람의 다른 의견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자유론의 저자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다른 사람의 자유를 방해하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오늘의 우리 사회는 여론을 만들어가며 자기 진영의 사상과 명제를 강요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다양성을 말살하는 것이며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가장 필요한 창의성을 땅에 묻으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존 스튜어트 밀은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자유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 의견이 옳은 것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진리 발견의 기회를 갖는 것이 될 것이고 틀린 경우라면 다수가 갖고 있는 견해의 정당성을 확인하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 했다.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

류연국 한국교통대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교수

우리는 한 발 물러나 생각하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2018년 부패인식지수는 180개국 중 39위를 했다. 우리가 속한 OECD의 36개 회원국 중의 순위는 하위권인 30위에 그쳤다. 올 여름을 보내면서 2019년의 부패인식지수는 어떻게 평가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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