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서 재능기부로… 가야금·색소폰 콜라보 연주 '힐링선물'

왼쪽이 신오순 센터장, 오른쪽이 정현아 대표
왼쪽이 신오순 센터장, 오른쪽이 정현아 대표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 영국 격언에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다.

더불어 사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사회적동물인 인간에게 평생 우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진실한 친구가 있다는 것은 가장 큰 행복이다.

같은 세대를 살고 있는 친구는 서로의 삶을 누구보다 더 많이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하다.

흔히들 '우정'이나 '의리'를 남자들만의 전유물처럼 여기지만 남성 이상으로 우정을 이어가는 여성들도 얼마든지 많다.

음악을 통해 알게된 뒤 함께 사회복지에 몸을 담아 비슷한 삶을 살고있는 50대의 두 여성의 남다른 우정을 소개한다. / 편집자

 

 충주시 대림9길 5에 위치한 2층 건물의 계단을 오르면 서로 마주보고 있는 '사랑애 재가복지센터'(☎855-3474)와 '행복을 꿈꾸는 지역아동센터'(☎855-3466)라는 현판이 눈길을 끈다.

'사랑애 재가복지센터' 정현아 대표와 '행복을 꿈꾸는 지역아동센터' 신오순 센터장은 오랜 기간 우정을 나눠온 친구 사이다.

한 사람은 노인복지, 한 사람은 아동복지에 몸을 담아 사회복지에 헌신하고 있다.

둘은 23년 전 가야금 동아리에서 만나 함께 가야금 연주를 통해 봉사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정현아 대표는 서울예대 국악과에서 가야금을 전공한 국악인으로 한때 충주시립 가야금연주단 단원으로 활동하다 육아 때문에 그만뒀다.

그는 지역아동센터에서 3년 간 아이들에게 무료로 단소를 가르치면서 복지라는 분야 관심을 갖게 돼 2009년에 직접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7년 간 충주지역아동센터장을 역임하면서 아동복지에 몸을 담았다가 노인복지로 바꿔 2015년에 직접 '사랑애 재가복지센터'를 설립했다.

여기서는 70여 명의 요양보호사들이 매일 몸이 불편한 재가노인들의 가정 40여 곳을 직접 방문해 돌봄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신오순 센터장은 정 대표가 센터장을 맡고 있던 충주시아동복지센터에서 아이들에게 하모니카와 오카리나를 지도하던 중, 친구인 정 대표의 권유에 따라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땄다.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게된 그는 선뜻 자신이 운영하던 피아노학원을 그만두고 '행복을 꿈꾸는 지역아동센터'를 맡아 운영을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조손가정과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 초등학생과 중학생 29명을 돌보고 있다.

부모들의 손길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숙제지도와 기초학습 지도는 물론, 댄스와 난타, 탁구지도, 전래놀이 등 각종 프로그램을 통한 다양한 교육을 통해 정서 함양과 올바른 성장을 돕고 있다.

또 승마와 스키 등 특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1박 2일 정도의 여행을 통한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정 대표와 신 센터장은 각각 노인복지와 아동복지센터를 설립하면서 같은 건물에 둥지를 틀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서로 의지하기 위해서다.
 

수안보물탕공원페스티벌에 특별출연해 연주하는 모습
수안보물탕공원페스티벌에 특별출연해 연주하는 모습

가야금으로 첫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음악은 두 사람에게 있어 공감대를 높이고 우정을 더욱 돈독하게 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충주시가야금연주단에서 단원으로 활동했던 정 대표는 현재 충주시국악협회와 한국예술총연합회충주지부 부지부장을 맡고있다.

그는 가야금 외에도 섹소폰과 단소도 연주에 능하고 지난해부터는 베이스기타도 배우고 있다.

2013년부터 2년 동안 충주시민오케스트라의 대표를 맡기도 했다.

정 대표는 음악과 함께 미술에도 취미를 가져 10여 년 전부터 동주민센터에서 유화를 배운 뒤 틈틈이 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수준급 솜씨를 자랑한다.

신 센터장은 피아노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36세에 기독음대 피아노과에 입학해 막내동생 뻘도 안되는 학생들과 함께 공부한 만학도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각별했던 그는 이후 피아노학원을 직접 운영하면서 40대의 늦은 나이에 다시 김천대학교에 진학해 첼로를 전공했다.

신 센터장은 전공분야인 피아노와 첼로 외에도 섹소폰과 가야금, 하모니카. 오카리나까지 악기연주에는 만능이다.

수안보물탕공원페스티벌에 특별출연해 연주하는 모습
수안보물탕공원페스티벌에 특별출연해 연주하는 모습

정 대표는 신 센터장에게 가야금을 가르쳤고 신 센터장은 정 대표에게 섹소폰 연주를 가르쳤다.

지난해부터 '종댕이음악동호회'에서 '스캔들'이라는 밴드를 구성해 정 대표는 베이스기타, 신 센터장은 건반 연주를 맡고있다.

둘은 음악과 사회복지라는 공통분모를 갖게 되면서 이제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한 때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두 사람은 자주 만나 가야금 산조를 뜯으면서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었다.

이처럼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서로 의지해 가면서 이해와 공감의 폭도 더욱 넓어졌다.

두 사람은 자녀들을 모두 성장시킨 뒤 이제서야 비로소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 둘 모두 감성이 풍부하다.

문학에 관심이 많은 두 사람은 모파상과 앙드레지드, 도스토예프스키 등 이들 세대가 공감하는 문학가들의 작품을 얘기하면서 밤을 하얗게 지새우기도 한다.

둘이 미국여행 중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
둘이 미국여행 중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

또 함께 미국여행을 다녀오는 등 시간을 공유하면서 스스로 즐거운 삶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신의 삶 뿐 아니라 남의 삶을 돌보는데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시간이 나는 대로 요양원 등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하거나 밴드페스티벌 등 각종 행사에 출연해 연주를 통해 봉사하고 있다.

말 그대로 '향기 나는 중년'을 보내는 중이다.

두 사람은 23년 동안 가장 가까운 친구로 지내면서 아직까지 제대로 다퉈본 적이 없다.

"욕심 부릴 일이 없으니 부딪힐 일도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가히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빛나는 우정이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오면서 50대 중반에 접어든 두 사람은 앞으로는 좀 더 여유있게 '슬로라이프'(Slow Life)를 즐기겠다는 생각이다.

정현아 대표와 신오순 센터장은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같은 일에 종사하면서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보니 그만큼, 이해의 폭도 클 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서로 의지하고 함께 즐기면서 남들도 돌보는 삶을 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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