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가족의 건강과 복·자식의 출세 기원 담긴 '작은 우주'

안채에서 바라본 중문채와 헛간채, 그리고 회화나무 풍경. / 송창희<br>
안채에서 바라본 중문채와 헛간채, 그리고 회화나무 풍경. / 송창희

[중부매일 송창희 기자] 부모는 우리가 힘들 때 새로운 용기와 지혜를 주는 마음의 고향이다. 부모는 마음뿐 아니라 많은 사물 속에도 그런 마음을 담아 가족과 자식에게 그 에너지를 전한다. 보은군 삼승면 선곡리 281에 위치하고 있는 '보은 최감찰댁'. 이 곳은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가족과 자식을 향한 기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바야흐로 사색의 계절인 가을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오고 있다. 고즈넉한 가을, 보은의 고택을 찾아 '집은 단순한 건물이 아닌 자식을 향한 소망과 기원이 담긴 작은 우주'임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보은 최태하 가옥'에서 2017년 명칭 변경

우리나라 양반 가옥의 전형적인 공간구조를 잘 보여주고 있는 '보은 최감찰댁'은 여타 양반 가옥에서 볼 수 없는 초가 이엉지붕을 하고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 송창희<br>
우리나라 양반 가옥의 전형적인 공간구조를 잘 보여주고 있는 '보은 최감찰댁'은 여타 양반 가옥에서 볼 수 없는 초가 이엉지붕을 하고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 송창희

오랜 기간 '보은 최태하 가옥'으로 불렸던 이 곳은 2017년 문화재청이 국가지정 중요 민속문화재에 대해 국민 누구나 알기 쉽도록 소재 행정지명과 문화재 성격을 부여한다는 시책에 따라 '보은 최감찰댁'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이 고택은 안채에 '숭정기원후오임진(崇禎紀元後五壬辰)'이라는 상량문이 남아 있어 고종 29년인 1892년에 지어졌음을 알 수 있으며, 개항기 안채, 사랑채, 문간채, 곳간, 헛간의 형태를 잘 간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은지역 민가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인정받아 1984년 4월 10일 국가민속문화재 제139호로 지정됐다.

#우리나라 전형적인 양반집 공간구조 지녀

'보은 최태하 가옥'의 건축 연대를 알 수 있는 '숭정기원후오임진(崇禎紀元後五壬辰)'이라는 안채 상량문. / 송창희<br>
'보은 최태하 가옥'의 건축 연대를 알 수 있는 '숭정기원후오임진(崇禎紀元後五壬辰)'이라는 안채 상량문. / 송창희

'보은 최감찰댁'은 대문을 통해 내부로 들어서면 오른쪽 바깥 대문채가 있고 그 왼쪽에 사랑채가 있으며, 사랑채 앞으로 사랑마당이 조성되어 있다. 또 사랑채와 직각 축으로 중문채가 있다. 이 중문채와 사랑채 사이에는 ㄱ자로 담이 둘러져 있어 안마당과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안채는 ㅡ자 모양 평면으로 남도지방의 일반적 공간 구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왼쪽에 부엌이 있고 그 옆에 골방을 마련한 안방, 그리고 대청과 건넌방이 있다. 안방부터 건넌방까지는 앞에는 툇마루를 놓았다. 대청 중 한켠에는 조상의 위패를 모시는 정실을 만들어 놓았고, 사랑채 역시 ㅡ자형 집으로 왼쪽부터 부엌, 사랑방, 대청, 건넌방 순으로 배열되어있다.

전체적인 공간 구성이 바깥마당에서 사랑마당으로, 바깥 대문을 통해 가운데 마당으로, 중문을 지나 넓은 안마당으로 서로 통하도록 연결된 구조로 되어있어 우리나라 양반 가옥의 전형적인 공간구조를 잘 보여주고 있다.

#나무둘레 30m, 높이 25m의 우람한 자태

'보은 최감찰댁'을 감싸고 있는 수령 200년이 넘은 회화나무. 나무둘레 30m×높이 25m의 우람한 자태를 지니고 있다. / 송창희<br>
'보은 최감찰댁'을 감싸고 있는 수령 200년이 넘은 회화나무. 나무둘레 30m×높이 25m의 우람한 자태를 지니고 있다. / 송창희

이 곳을 둘러보다 보면 화순 최씨 종가로 지어진 안채 지붕이 왜 기와가 아닌 초가 이엉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는 풍수의 영향이라고 한다. 이 집터는 풍수상 '학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어서 초가를 얹어야 좋다는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또 안채 툇마루 기둥마다 '수-복-귀-부(壽-福-貴-富)'를 새겨 복과 장수를 기원하고 있다. 안채 마당에 들어서 있는 광채와 방앗간채도 북쪽 나쁜 기운을 막기위해 후에 추가로 지어졌다고 한다.

이 집에서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사랑채 마당에 우뚝 서 있는 수령 200년이 넘은 회화나무다. 나무둘레 30m, 높이 25m의 우람한 자태가 이 집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긴 세월을 말해 주고 있다. 이 회화나무는 보은군 보호수로 지정되어있다.

회화나무는 한자로 괴(槐)라고 하는데 이는 북두칠성의 국자부분을 의미하는 말로 '으뜸'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집 앞에 심으면 '큰 학자가 난다'해서 '학자수'라고 했고, 귀신을 막고 복을 준다고 해서 궁궐이나 양반집 정원수로 많이 심었다고 한다. 또 벼슬을 마친 중신이 고향으로 내려갈 때 임금이 선물할 만큼 길목으로 여겼기 때문에 회화나무는 창덕궁이나 전주 경기전과 같은 왕실의 유적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과거 서당교육의 필수품이었던 '회초리'도 바로 회화나무의 '회'에서 비롯된 말이다.

# "장수하고 효행하며 출세하기를" 염원

중문채와 사랑채 사이에는 ㄱ자로 둘러져 있어 안마당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담길. / 송창희<br>
중문채와 사랑채 사이에는 ㄱ자로 둘러져 있어 안마당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담길. / 송창희

이렇듯 '보은 최감찰댁'은 가족이 장수하고 효행하며 출세하기를 염원하는 부모의 진한 애정이 담긴 공간이다. 그런 염원이 최태하 전 청주시장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자제인 최재덕 씨는 현재 치과의사로 서울에 거주하고 있어 주말에만 보은에 내려와 이 집을 관리하고 있다. 그런 사정으로 인해 '보은 최감찰댁'을 둘러보고 싶은 나들이객들은 둘째, 넷째주 금요일과 토·일요일에 방문이 가능하다.

또한 '보은 최감찰댁'이 있는 선곡리는 화순 최씨 집성촌이어서 이 곳 주변에는 충북도지정문화재인 최혁재 가옥, 최재한 가옥, 최동근 가옥이 있으며, 마을의 주산인 금적산에 최흥림과 남명 조식, 대곡 성운, 동주 성제원을 봉향하는 금화서원이 있어 함께 둘러봐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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