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영화 '타짜:원아이드잭'이 상영 중이다. 주인공은 전설적인 타짜 짝귀의 아들 일출로 역시 도박꾼이고, 그들은 '구라(속임수)'를 쓴다. 도박 영화가 상영되는 최근 몇몇 은행에서 파생상품에 가입한 사람들이 1억을 맡겼으면 4천만 원을 받았다. 정부는 이제 와서 법률과 중재를 검토하고 있다.

문제의 파생결합펀드(DLF, Derivative Linked Fund)란 파생결합증권을 편입하는 펀드이며, 파생결합증권이란 주식, 주가지수 이외의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투자 수익이 결정되는 비상장 증권으로 손실 위험이 발생한다.

금융업계는 글로벌 투자은행(해외 IB)들이 독일 국채 상승에 투자하면서 손실을 헤징(회피) 하기 위해 문제의 상품을 개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투자이익을 얻기 위해 독일 국채에 투자한 해외 IB의 손실을 개인들이 떠안는 구조이다. 이 구조 하에서 해외 IB는 투자 손실 날 일이 없고 국내 은행은 수임료를 챙긴다. 마치 영화 '타짜'에서 해외 IB는 타짜, 국내은행은 바지의 역할을 맡은 것처럼 착착 움직였다. 그리고 돈을 맡긴 고객은 호구가 됐다.

그런 도박판에 그들은 왜 끼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도박판인 줄 몰랐던 것이다. 동네 아저씨 따라갔다가 평생 모은 돈을 날린 것이다. 그 동네 아저씨의 역할을 이번에도 역시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이 했다. 영화 타짜의 원작 허영만의 만화를 보면 "하수들은 패를 맞추어서 먹고 고수들은 상황을 맞춰서 먹는다"는 말이 있다. 국제 투자 시장에서 하수인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독일 국채금리가 떨어진 적이 없다는 과거의 데이터를 믿고, 안전 투자자산으로 맹신하고 동네 사람들에게 투자를 권유했다. 자신의 패가 좋다고 고(GO)를 하는 도박판의 하수의 모습이다. 이에 반해 해외 IB는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손실을 헤징(hedging)하였으니 상황에 맞추어 먹는 고수의 모습이다. 타짜의 말을 믿은 바지의 선량한 얼굴을 보고 고객은 투자를 했으니 손실은 예측된 일이고, 충격은 확실했던 것이다.

그들은 왜 동네 아저씨를 믿은 것인가? 그 동네 아저씨는 원래 도박꾼이 아니다. 문제가 된 은행은 즉 그 동네 아저씨는 대출을 하면 이자를 받고, 돈을 맡기면 원금에 조금이라도 이자를 주었고 손실을 볼 일이 없었다. 은행 직원(동네 아저씨)이 투자은행(investment bank) 업무를 취급하여 고위험의 투자를 결정했다. 그들은 예금 또는 적금 서류정도로 알았던 것이 고위험의 투자약정서이다. 이제 앞으로 동네 아저씨가 메신저였기에 메시지도 괜찮을 것이라는 착오를 이용해서 호구를 끌어들이는 행위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 또한 키코 사태를 겪어본 국내 은행은 적어도 도박판에 끼기 전에 능력을 키워야 했다. 해외 IB의 먹잇감이 되고, 은행을 믿은 사람들은 호구가 되는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옳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도박판에 매번 바지가 된 몇몇 은행에 대해 만화 '타짜'의 말로 끝을 맺는다. "노름판에 좋은 놈 나쁜 놈은 없어! 잃은 놈 딴 놈만 있는 거지, 최선이 중요한 게 아니야 결과가 중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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