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강중 국장 겸 대전본부장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재미 난 일에 정신이 팔려 세월 가는 줄 모른다는 뜻이다.

중국 진나라 때 왕질(王質)이란 나무꾼이 산에 나무하러 갔다. 왕질은 신선들의 바둑 구경을 하다 돌아보니 세월이 흘러 옆에 둔 도끼자루가 썩어 있더라는 설화다.

요즘 정치권이 그러하다. 이들의 권력싸움에 경제는 썩은 도끼자루가 됐다.

'조국(助國)' 없는 대한민국인데 '조국(曺國)대결'로 나라는 동간이 났다. 정치꾼들의 개혁이란 미명과 공허한 경제 살리기가 시작됐다.

여당은 선거법 개정을 통해 총선에서 이기고 후년의 대선도 노린다는 전략이다.

권불십년이라 했던가. 10년 권세를 누리다 정권을 빼앗긴 야당은 춥고 배가 아픈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제법 앙칼지다. 자칫 만년 야당의 고달픔도 우려한 듯 싶다.

정부의 정책은 어떠한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되뇌지 않아도 기술과 자본, 인재 투자에 소홀했다. 내리막으로 돌아선 대한민국의 이유다. 시의적절한 정책도 없으니 더욱 희망이 없어 보인다. 이를 간파한 제1야당의 대표는 국민소득 5만 달러 '민부론'을 외친다. 이 또한 가당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억지스런 일은 또 있다. 수일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최근의 경제가 위기도 아니고 디플레이션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변했다. 불황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경제학자와 이에 편승한 야당의 정치공세라고 일축했다. 한술 떠 과도하게 위기를 쉽게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했다. 또 경제상황에 대해 계속해서 나쁜 점을 지적하면 소비가 줄어 경기가 더 나빠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무너지면 피해를 서민들이 입게 마련인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반문했다.

따져보면 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주식은 폭락했다. 이는 경제와 사회구조를 바꾸고자 했던 시간이라고 변명했다. 대통령 지지율 급락을 우려한 견강부회쯤으로 이해된다.

예컨대 김영삼 정부도 집권 2년차 그랬다. IMF가 터지기 전까지 경제수석은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호도했다.

경제에 과문한 필자가 보아도 작금의 상황은 심각하다. 자영업자, 대리운전 등 많은 사람들이 20여년 전 IMF보다 어렵다고 한숨이다.

당시 IMF사태는 외환 보유가 바닥나고 대기업의 과도한 부채가 원인이 됐다. 이제는 장기불황에 가계부채가 한계상황에 달했다.

은행의 노예가 된 서민들은 쓸 돈이 없는 것이다. 국가 부도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지원한다. 하지만 개인의 부도는 도와줄 기관도 사람도 없다.

내다 팔 금(金)도 없다. 날로 경제지표는 악화되고 있다. 디플레이션이 2년 이상 지속되면 IMF사태와 다름 없다. 국회 국정감사가 끝나면 총선 정국이다.

정부는 총선을 겨냥해 정책 속도와 방향을 조절할 것이다. 재정확대, 선심성 공약을 놓고 여야의 죽은 자식 귀 만지기식 공방도 관화하다.

곳곳에서 문재인 J노믹스가 흔들리고 있다. '소주성'이 포퓰리즘이 아니길 바란다. 민생보다 개혁이 우선할 수 없다면 환상을 버릴 때도 됐다.

오늘의 국론분열과 경제위기는 분명하다. 모름지기 '장(長)'이란 책임을 지는 자리이다. 무엇 때문에 벌어진 일이고, 누가 책임을 져야 옳은지 돌아볼 일이다.

김강중 국장 겸 대전본부장
김강중 국장 겸 대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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