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 수집가 · 시인 · 화가 '1인 4역'

청주시청 남요섭담당(55ㆍ홍보담당관실 시민홍보)의 직업은 공무원이다.여기에 수집가와 시인,화가가 덧붙여 진다.본인은 취미라고 하지만 이를 넘어선 전문 수집광이자,프로 시인,화가다.
한마디로 1인 4역을 하는 공무원이다.
때문에 남계장은 가끔 “직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럴때마다 공무원이라고 대답하면 대다수 사람들은 머리를 갸우뚱한다.이런 질문을 받는 날은 퀘퀘한 냄새가 나는 헌책을 한보따리 사 가지고 귀가하는 날 만원 버스안에서나, 찌그러진 녹슨 깡통을 줍고 있을때다.

청주시청 홍보담당관실 남요섭담당

남계장의 취미에 대해 사람들은 다소 특이하고 엉뚱하다고들 한다.
가족들마저 '이상한 취미를 가진 아빠, 남편'으로 부른다.
그러나 남계장의 취미는 부끄러움 없는 지극히 건전하고 바람직하다.

남들에게 이같이 보이는 취미의 근원은 모든 것을 재활용 할 수 있다는 정상적인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고, 직업과도 연관되기때문이다.

남계장의 취미는 수집, 독서, 글쓰기(시인), 깡통畵 제작(화가), 나무칼 깍기 등 다양하다.

수집도 다양하기 그지없다.

수백년전의 희귀한 값진 古書를 비롯해 행사용 리본, 거북이(장식용), 펜대, 라이터, 우표, 홍보용 스티커, 만년필, 몽당연필, 기념메달, 전화카드, 입장권, 그림 수집 등 많다. 지금까지 모은 古書만 해도 1만여권이 넘는다. 모두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은 희귀한 서적들이다.

수백년전의 한적에서부터 시집, 창간호, 교과서, 행정자료, 기타 서적 등 다양하다. 다른 수집품들도 수백여점에서 수천여점에 이른다.

이같은 열성때문에 고달픈 하루를 보내지만 나름대로의 기본 수칙을 세워놓고 지키고 있다.

먼저 공무원으로서 업무에 충실 하고, 취미로 인해 남에게 불편을 줘서는 안된다.

그리고 한 번 시작한 취미는 중단하지 않으며, 취미의 성과품이 남에게 활용돼야 한다는 것 등이다.

▶ 행사용 리본수집

74년 공무원 임용 당시 본인이 직접 가슴에 패용한 것 부터 모으기 시작한 이후 리본을 직접 도안하고 다른 행사장에서 쓰인 리본들까지 모았다.

지금 홍보용 리본만 봐도 세상의 흐름사를 한눈에 알아 볼수 있는 자료로 남계장은 이를 '작은 역사'로 명명했다.

이는 앞으로 지방행정의 홍보사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며, 남계장은 이를 퇴직시까지 수집해 기증할 생각이다.

▶古書 수집

말그대로 미치도록 수집해 왔다. 옛 역사부터 근ㆍ현대사 모두가 포함돼 있다. 값으로 환산하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역사적 가치가 높은 희귀 고서들이다.

1만여권에 달하는 고서를 일일히 확인할 수가 없지만 눈에 띄는 고서중 한권은 3백여년전에 만들어진 '天下地圖'라고 명명된 12장짜리지도책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지도책들은 조선 8도만 그린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天下地圖'에는 이름대로 조선 8도와 일본, 중국, 유구(오끼나와), 그리고 세계지도 등이 각각 1장씩 총 12장이 그려져 있다.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희귀본이다. '天下地圖'의 가치가 더 귀중한 것은 조선 8도 지도중 강원도편에 관동팔경이 최초로 표시됐다는 점과 당초 관동팔경에는 현재의 정자가 아니라 왜구 침입을 감시하기 위한 망루를 세웠다는 점이다.

또하나는 현재까지 발견된 지도에는 독도가 모두 '우산도'로 명명돼 있지만 이 '天下地圖'만 유일하게 '우도'로 표시하고 있다.

그리고 당시 조선 8도의 3천여 섬 가운데 이 '天下地圖'에 실려 있는 섬은 고작 19개뿐인데 이중에는 독도, 즉 우도가 포함돼 당시에도 독도의 가치가 매우 중요했음을 엿보게 하고 있다.

일제시대 공무원의 일생이 담긴 '御遺蹟'(어유적)도 유일하게 남아 있는 귀중한 자료다.

大正六年(1917년) 음성군청에 최초로 임용된 권상집이란 공무원 일대기가 기록된 이 '御遺蹟'에는 임용장과 상여금 증서(37년 800원), 퇴직금(37년 340원), 재직시 필적, 유서 등 공무원의 모든 것이 기록돼 있다.

30년대 실시된 '松蟲一齊驅除'(송충일제구제) 전단에는 '모든 사람들은 송충이 잡기에 참여 해야 하고, 잡은 송충이는 삼림조합에서 사들여 비료로 쓰고, 많이 잡은 사람에게는 현상(선물)을 하고, 태만한 자에게는 벌을 준다'고 명기, 당시의 생활상을 엿보게 한다

또 청주 부윤의 직인이 찍힌 청주 부윤시대의 유일한 건축허가서에는 당시 건축허가 기관이 충북도소방청(소방서)임을 알려주고 있다.

60∼70년대 충북도민의 노래와 청주시민의 노래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당시의 레코드 판도 유일하게 남계장만 소장하고 있다.

80년대 초 담당 마을에 출장을 갔을때 옛 고서인 '수진본'(선비들이 공부하던 손바닥만한 책)을 발견하면서 전국을 돌아다니며시작된 고서도 '수백년후 역사적 자료로 활용할수 있는 가치있는 고서들'만 수집하고 있다.

▶ 깡통畵 제작

97년 '깡통畵展'을 개최하면서 '깡통화가'로 불리고 있다. 음료수 캔부터 큰 분유통까지 각종 빈 깡통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그림 소재로는 분재, 난, 수석, 인물 등 무궁무진하며 작품이 1천여점이나 된다. 깡통畵에 손 댄 원인은 단지 환경오염을 막기 위함이었으나 지금은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미술계의 평이다. 매직으로 그림을 그리는 매직화도 새로 선보였다.

▶ 글쓰기

지난 97년 문학지에 '자화상' 외 4편의 시가 신인상에 당선되면서 등단하게 됐다. 학교시절 많은 책을 섭렵하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바로 메모하던 습성이 공무원 생활에까지 이어지면서 20년간 불면의 고통으로 지새운 결과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박목월의 불국사, 청노루에서 보여주는 간결서와 긴축미를 갖고 있다. 동양화 한 폭의 기법과 유사하다”고 높이 평가한바 있다.

오늘도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고치는' 문학의 3多 원칙을 실천하면서 '맑고 깨끗한 詩'를 쓰기 위해 열병을 앓고 있다.

남계장은 모든 것을 재활용한다는 절약정신으로 취미생활을 하고 있다.

엉뚱하거나 이상한 취미를 가진 아빠가 아닌 '건전한 직장'에 '건전한 취미'를 가진 참 공무원중의 한사람일뿐이다.

<취재후기>
“청주시 역사자료관 건립 간절”
공무원들 자료보관 자세 길러야

남계장의 손은 사철 손이 트고 갈라져 있다.
먼지가 수북한 전국의 헌책방을 뒤지고 다닌 결과물이다.
평생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살고 있는 집도 오래된 18평짜리 아파트고, 자가용도 없다.
고서만 수집하는데 모든 비용을 쏟기 때문에 기름 값은 물론 1원 한푼을 아끼기 위해서다.
시간이 나면 책에 미쳐 버스를 타고 외지로 떠난다.
업무를 끝내고 시간이 조금만 나면 저녁 내내 시내 헌책방을 순례한다.
그리고 먼지 쌓인 헌책을 들고 귀가해 먼지 털고, 붙이고, 다림질하는 작업이 매일 밤 되풀이 된다.
힘든 나날의 연속이지만 희귀고서를 발견하는 순간 벅차 오르는 희열로 피로와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
그렇지만 요즘 남계장의 얼굴은 어둡기만 하다. 소중한 고서를 보관할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18평 아파트와 부모님이 계신 시골집에도 모두 책들로 차버렸다.
돈만 있으면 창고라도 지어 보관하겠지만 한숨만 나올뿐이다.
남계장의 소망은 이 소중한 자료들을 모든 국민들이 보고, 역사로 길이 보존되는 것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청주시의 역사자료관 건립이 시급하다.
또하나는 공무원들이나 시민들 모두 역사적으로 사료 가치가 높은 자료를 보관하는 자세를 갖고, 이 자료들을 자료관에 보존해 후세들이 볼수 있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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