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우리는 밥보다 이야기를 더 필요로 한다
때로 우리는 밥보다 이야기를 더 필요로 한다
  • 중부매일
  • 승인 2019.10.23 14: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석교사 이야기] 강선재 청주 봉정초등학교

"비빔밥 놀이가 재미있었어요."

"친구들이 잘 들어줘서 편안했어요."

"잠깐! 애들아, 이제 점심시간인데 계속 이야기를 해도 괜찮겠니?"

오늘은 3학년 아이들과 둥글게 앉아 신뢰서클을 하는 시간. 마지막 서클 소감을 나누다 점심시간이 되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뜻밖에도 아이들은 모두가 끝까지 마무리를 하고 싶어 했다. 더 놀라웠던 건 평소 수업시간 참여가 적고 말수가 적었던 두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나눠준 이야기였다.

"제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았어요."

"친구들의 마음을 알 수 있었어요."

몇 해 전부터 학생, 학부모, 예비 신규교사, 교사들을 대상으로 많은 서클을 진행하거나 참여해왔다. 그 중에서도 오늘 서클은 자기 보존 본능을 넘어서 자기 확장 본능을 자극하고 상대방과 관계 맺고자 하는 마음을 먹게 하는 힘, 그 신비를 더 크게 느끼게 했다.

지금 우리는 안전하지도 친절하지도 않은 공간에 살고 있다. 학교 공간도 더는 안전하지 않다. 치열한 경쟁, 서로에 대한 편견과 비난이 일상이 되고 있다. 우리는 모두에게 안전한 학급 평화로운 공간으로 가는 길을 마련해야한다.

평화물결 공동대표 박성용은 '모든 형태의 배움이 관계의 맥락에서 일어나는데, 배움은 한 학생이 안전을 느끼지 않는다면 발생하지 않는다.' 했고, 미국의 교육학자이자 운동가인 파커 파머는 '가르침이란 배움의 공간을 창조하는 일이다.'라고 했다. 교사는 진정한 배움이 일어 나도록하기 위해 안전한 내면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분노와 폭력의 공간을 평화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판단을 멈추고,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자기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알아차리고,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말하고 들음으로 단절된 관계를 '연결'과 '공감'으로 회복하는 공간과 시간을 마련해 주어야한다.

신뢰서클은 교실 공간을 안전하게 만드는 데 효과적이다. 아이들을 대화의 자리로 초대하고 사랑의 마음으로 인내하며 기다린다. 그러면 비로소 마음의 문이 열리고 진실한 소통이 가능해진다. 안전하고 관대함이 있는 공간일수록 배움이 확장되고, 개인 성장뿐 아니라 공동체의 협력도 커진다. 교사가 배움의 공간을 만들 때 가장 우선적으로 노력할 부분이 정서적으로 안전한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그 이후에는 어떤 수업 방법과 기술을 적용하든지 학생들에게 의미 있게 작동될 것이다.

강선재 청주 봉정초등학교 교사
강선재 청주 봉정초등학교 교사

누구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 그곳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동체다.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때로 음식보다 이야기를 더 필요로 한다. 이야기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돌보는 하나의 방법이다(Barry Lopez, Crow and Weasel)' 라고 한다. 어쩌면 우리는 밥보다 이야기를 더 필요로 하는지도 모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