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와 싸우는 재난현장 속 대원들 희로애락 기록

이동규 청주서부소방서 홍보담당자
이동규 청주서부소방서 홍보담당자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청주서부소방서 이동규(33) 홍보담당자는 지난 21일 소방청 사진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고생하는 동료들의 모습을 담고자 시작한 그의 사진 활동이 어느새 소방의 기록이자 역사를 남기는 일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편집자

지난 2017년부터 청주서부소방서 홍보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동규 홍보담당자는 동료들에게 '사진 잘 찍는 소방관'으로 유명하다. 화재 등 재난현장 뿐 만 아니라 훈련·교육활동 장소에 그가 등장하면 작품사진의 주인공이 되기 때문이다.

"홍보담당자가 되고나서 30년 경력의 소방대원 한 분을 소개해야 하는 일이 있었어요. 그런데 소방서에는 증명사진 말고는 그 선배를 표현할 사진이 없었어요. 한 장의 사진이 수천자의 글을 대신한다는 말이 있듯이 그 사람을 소개할 수 있는 좋은 사진을 찍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들게 됐습니다."

지난 8월 25일 남이면 석실리 공장화재 사진. 이 사진은 소방청 사진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이동규 소방관
지난 8월 25일 남이면 석실리 공장화재 사진. 이 사진은 소방청 사진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이동규 소방관

업무의 일환으로 시작했지만 좋은 사진을 찍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노출과 구도 등 고려해야 할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진 업무를 접하다보니 잘 찍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동료들을 찍는 일이다보니 허투루 할 수 없었던 거죠. 그래서 따로 사진공부도 하고 일상생활에서도 사진을 찍으려 노력했어요. 그러다보니 어느새 즐거운 취미가 됐습니다."

이후 그는 현장대원들과 함께 재난현장에 출동하며 소방대원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 시작했다.

이동규 홍보담당자가 지난 2년 동안 찍은 소방대원 활동 모습. /이동규 소방관
이동규 홍보담당자가 지난 2년 동안 찍은 소방대원 활동 모습. /이동규 소방관

"관할 지역에 신고접수가 들어오면 출동차량에 함께 타고 현장을 갑니다. 특히 화재현장을 많이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동료들의 모습을 기록하고, 그 자료를 현장대응 개선점을 논의하는 소방 사후평가에 활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근 업무를 담당하는 소방대원이 현장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건 쉬운일이 아니었다. 동료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화마(火魔) 앞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싸우는 동료들 뒤에서 사진을 찍게 되니 미안했어요. 손 하나 더 보태서 함께 불을 끄고 싶었죠. 그런 마음이 앞서다보니 현장에서 쭈뼛쭈뼛 거리는 일도 많았어요. 그런데 동료들이 '너가 찍어주는 사진이 큰 힘이 된다', '우리의 모습을 잘 기록해 달라'는 격려에 용기를 얻게 됐습니다."

이동규 홍보담당자가 지난 2년 동안 찍은 소방대원 활동 모습. /이동규 소방관
이동규 홍보담당자가 지난 2년 동안 찍은 소방대원 활동 모습. /이동규 소방관

동료들에게 인정받으며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사진을 찍는다는 그는 사진을 매개로 한 소방홍보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연말에 소방서 내에서 소방대원들의 활동을 소개하는 전시회를 하는데 10년이 지난 과거 사진이 대부분이에요. 앞으로는 제가 찍은 사진으로 현재 소방의 모습을 설명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렇게 1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면 제가 찍은 사진들이 소방의 역사가 되고 기록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소방대원을 위한 사진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항상 고생하는 우리 동료들에게 본인들은 볼 수 없는 진짜 소방대원으로서의 모습을 선물하고 싶어요. 1년 동안 정말 고생했다는 표현을 사진으로 대신하는 거죠,"

이동규 홍보담당자가 지난 2년 동안 찍은 소방대원 활동 모습. /이동규 소방관
이동규 홍보담당자가 지난 2년 동안 찍은 소방대원 활동 모습. /이동규 소방관

그의 말처럼 2년간 찍은 수많은 사진 속에는 소방대원의 희로애락이 담겨있었다. 동료들을 위한 그의 사진은 늘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소방대원이 주인공으로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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