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기소라도 빨리 해달라' 할까
오죽하면 '기소라도 빨리 해달라' 할까
  • 박성진 기자
  • 승인 2019.10.3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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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박성진 사회부장

기자를 하다보니 간혹 민원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그 중 검찰수사와 관련된 부탁이 적지 않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달라는 '턱없는' 민원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대부분이 '신속하게 처리해달라'는 내용이다. '기소가 되더라도'라는 단서를 달기도 한다. 대한민국이 검찰 개혁안으로 시끄럽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으로 국회가 공전(空轉)하고 있다. 국회가 정쟁에 휩싸여 매번 헛발질을 하는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번 검찰 개혁안을 두고는 참으로 한심하다. 국민은 공수처 설치 등 거대한 검찰 개혁안에도 관심이 높지만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개혁안 마련에 대한 갈증이 크다.

국민이 무엇보다 검찰에 바라는 바는 '공정(公正)'이다. 최근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비대해진 검찰조직 정상화, 검찰조직 민주적 통제 강화, 감찰권 행사 공정성 확보, 수사과정에 국민 인권보장 강화 등 4대 검찰개혁 기조를 제시했다. 검찰이 수사할 때 철저하게 공정성을 유지하면서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은 '신속'이다. 수사과정에서 검찰의 질질끌기는 그야말로 최악이다.

경찰수사단계에서 지칠대로 지친 피의자는 검찰에서는 빠르게 처리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 간절함은 얼마가지 않아 분노로 극대화된다. 보충조사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가 사건을 잊어버릴 즈음에 "(조사 받으러) 잠깐 다녀가시라"고 한다. 조사를 마치면서 "(이 사건 처분) 금방 끝나요"라는 말에 안도한다. 그러나 사건은 여전히 '함흥차사(咸興差使)'이다. 강제수사 절차를 밟은 사건은 차원이 다르다. 압수수색까지 당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압수물은 언제 돌려받을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면 그 때 종결된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검찰청의 미제사건은 5만5천931건이다. 2014년 4만3천451건에 비해 29%나 증가했다. 3개월을 초과한 미제사건은 2천706건으로 133% 증가했다. 6개월을 초과한 사건도 138% 증가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속담이 있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한 일에 대해 어떻게든 빨리 해결이 나야 속 시원하고 마음 편하게 일상으로 복귀한다는 의미다. 수사관행에 대해 '형사(경찰)는 패 '조지고', 검사(검찰)는 불러 '조지고', 판사(법원)는 미뤄 '조진다''는 냉소적인 말이 있다. 소설가 정을병 선생(작고)이 발표한 단편소설 '육조지' 내용의 일부다. 그런데 이 말은 이제 과거가 됐다. 요즘 검찰은 불러 '조지고'보다는 미뤄 '조지는' 쪽이다.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세심하게 들여다보기 위해 '미루고 또 미룬다'는 것이라면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손 놓고 뒷짐지고 있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다.

검찰의 지지부진한 기소 여부 결정은 형사부 검사들이 턱없이 부족한 기형적인 구조에 기인한다. 대검찰청이 특수부를 축소하고, 형사부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은 박수받을 일이다. 형사부 검사들이 특수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우를 덜 받고 있기 때문에 인사에서 가점을 부여해야 한다는 점에도 적극 동의한다. 검찰도 법무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정부(법무부)의 일원이다. 거악척결도 막중하지만 신속한 서비스 제공도 절실하다. 오죽하면 기소라도 빨리 해줬으면 한다고 했을까.

박성진 사회부장
박성진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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