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종률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최근 농업 경영 환경도 엄청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가족농에 의한 자급자족적 농업 경영 질서가 시장 판매를 위한 상업적 영농시대로 전환되었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의 일이었다. 농업노동력의 노령화도 급속히 진행되고 있으며, 소득향상과 생활습관의 변화에 따라 농산물 소비행태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고객과 시장이 달라지는 엄청난 변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제는 기존 농업의 한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멘텀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 그것이 바로 '스트롱 농업'이다.

스트롱 농업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강소농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스트롱이란 말은 영어사전에 기재된 대로 '힘이 세다'라는 뜻이다. 파워가 있다 등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러한 스트롱 농업의 대표주자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6차 산업인 것이다.

강한 농업이 되기 위해서는 농업은 농산물을 재배하고 판매한다는 단순 논리를 더 확장하는 일이다. 즉 농업은 농산물을 파는 것이 아니다. 농업은 감(感)이 아니라 과학이다. 농업은 농촌에서만 짓는 것 등과 같은 선입견을 깨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핵심에는 바로 '6차 산업'이 있다.

요즘 정부의 농업 정책이나 농업기술센터에서 가장 떠오르는 화두가 6차 산업이다. 쌀을 가공하여 전통 술을 만들어 판매한다면 수매가보다 10배를 받을 수 있고, 1㎏당 수매가가 900원인 고구마를 체험 농장을 통해 1㎏당 7천원에 판매할 수 있다면 누구라도 관심을 갖지 않을수 없다. 모든 농가에서 6차 산업을 도입하면 기존의 유통에서 얻는 수입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올린다는 사례를 보면서 모든 농가에서 도입하고 싶은 농촌 부흥 산업이라 생각되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의 농업환경은 FTA로 인한 외국 농산물 수입 때문에 국내 농가에서 재배한 농산물의 가격 저하는 현실로 다가왔고, 원예·과일·축산 농가의 시름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고령화, 저출산으로 우리 농촌은 더욱 어려움에 직면할 것은 자명하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대한 중에 하나가 6차 산업, 즉 융복합 산업이다.

이러한 6차 산업이 잘 정착되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 이외에 많은 노력들이 필요하다. 농산물재배 생산에만 전념한 농가에서 2차 가공이나 3차 서비스 그리고 체험농장을 운영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6차 산업이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농업의 기술력과 생산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도시와 농촌의 융합은 필수적이다. 도시 판매와 해외수출 등의 경우 마케팅 전문과들과 융합이 없으면 6찬 산업의 안착은 쉽지 않다. 6차 산업화 개념의 보급자로 알려진 도쿄대학의 명예교수인 이마무라 나라오미는 농업을 1차 산업에만 머물지 않고 2차 산업(가공·제조)과 3차 산업(판매·농촌관광 등)에까지 영역을 확장하여 농업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하여, 1990년대 중반, 일본의 침체된 농촌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일조를 하였다.

따라서 6차 산업은 국내 농산물을 활용한 가공과 서비스 사업이 연계되어야 한다는 마케팅 시나리오가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마케팅적인 아이디어나 스토리가 결합되어 있지 못한 것 같다. 지명과 이름 외에는 차별화 요인이 없고 가공품의 브랜드 네이밍도 일반 대기업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수많은 지역 농산물과 지역 축제의 광고물에 소비자들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6차 산업이라는 플랫폼을 마케팅적 플랫폼으로 변화시켜보면 어떨까.

이종률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이종률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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