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이야기] 이태동 음성 감곡초

개성과 취향, 추구하는 세계가 다소 다를지언정, 학생들의 머리를 살짝 명랑하게 해 주던 일이 과거 학교에서 발생했다면 그것은 단연 대중음악 허용여부와 그 수용정도의 차가 아닐까 싶다. 문득 오래 전 1992년 4월 어느 날이 떠오른다.

학교에 출근하는데 갑자기 '서태지와 아이들'이 TV에 나왔다면서 학생들이 술렁거렸다. 그들의 춤과 노래, 외모, 패션은 하나같이 파격적이고 놀라웠으며 음악은 10대 마음을 저격하기에 충분했다. '난 알아요(1992)'를 부른 서태지와 아이들은 연일 인기를 구가했고 '하여가(1993)', 'Come Back Home(1995)'이 유행의 정점을 찍을 무렵, 학생들은 교실수업조차 순탄하지 않을 정도로 연예인 신드롬(syndrome)에 빠져 있었다. 이별과 만남, 간절한 미래의 소망, 그리고 랩 힙합 국악과의 만남, 역동성 있는 댄스, 독특한 제스처(gesture)는 학생들에게 호감을 샀다. 당시 나는 6학년 담임을 맡았는데, 청소년기에 따르고 싶은 대상을 동일시(同一視)하는 경향이야 이해하겠지만 학생들이 지나치게 '연예인 따라하기'였으니 시험성적으로 줄 세우는 문화 속에서 조화롭게 지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차라리 '연예인에게 편지 쓰기', '그림 그리기', '나도 가수가 된 것처럼 노랫말 지어보기', '실제와 같이 인터뷰하기', 조별 역할 분담을 정해 프로그램 짜고 춤 동작 서로 가르쳐 주기 등 요즘 말하자면 활동 중심의 수업 형태를 적용했다. 학생들은 대체로 흡족한 눈빛이었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집에 도착하면 책가방 던져놓고 음악에 심취한다며 푸념을 했다. 예나 지금이나 한편에서는 그렇게라도 학생들의 해방구를 만들어 주자는 의견, 다른 한쪽에서는 강경하게 대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양분되었다. 젊은 교사들은 그래도 꿋꿋하게 학생들 편에 서서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과 문화적 영향력은 가히 경이로워 의류, 모자, 가방, 소품 등 다양한 패션 산업(캐릭터)까지 확대되는 추세였다. 10대 중심의 상품이 범람하고 음악방송조차 인기에 걸맞게 재편되었다.

2016년 BTS(방탄소년단)의 피·땀·눈물(소설 데미안을 모티브로 한 작품-선과 악, 유혹) 출현 이후 '작은 것들을 위한 시(2019)' /사소한 게 사소하지 않게/ 만들어버린 너라는 별/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특별하지/ 너의 관심사 걸음걸이 말투와/ 사소한 작은 습관들까지/ 다 말하지 너무 작던/ 내가 영웅이 된 거라고/-중략(노랫말 일부 인용). 세련된 춤, 빠른 템포, 글로벌화 된 가사, 발랄한 이미지는 일상의 소소함과 사랑(관심과 페르소나)에서 담아냈다. 두 사건의 탄생과 성장과정은 비록 시간 격차를 두고 일어난 일이지만 각각 10대들의 자아의식, 선악, 사랑의 가치를 뚜렷하게 역설하고 있다.

이태동 음성 감곡초 수석교사
이태동 음성 감곡초 수석교사

이제는 낯선 젊은이들이 한국을 찾아와 함께 친구가 되고 더 많은 행복과 희망을 공유하고 싶어 한다. BTS(방탄소년단)의 스토리는 정형화된 모델과 모범 답안 보다는 색깔의 다양성과 실험적 시도와 변화, 자신들의 이해를 통한 새로운 삶 설계, 보편적 공감문화로 집약될 수 있다. BTS는 최근 세계적 팬을 확보하고 한국을 알리는 홍보효과(MV6억뷰-작은 것들을 위한 시) 또한 커 기하학적 관점에서 보면 어떤 문제의 이해와 판단, 안목은 엄청난 가치 창출의 열쇠임을 확인케 한다. 문화란 그런 것이다. 자신이 어릴 때부터 자양분으로 쓰고 선택하던 습관의 모음이자 연속이다. 결핍된 상처나 욕망의 결과로 부유하던 일들을 구성, 융합하는 과정에서 피 땀 눈물 같은 선물이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우리 교육 영토에서 진정한 블루오션(Blue Ocean)이란 학생들에 대한 너그러움, 믿음, 공감, 창의적인 태도 뭐, 그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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