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교사, 김선생님
새내기교사, 김선생님
  • 중부매일
  • 승인 2019.11.20 09: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석교사이야기] 오은정 충주금릉초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 편견과 차별을 이겨내고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들 중 한명이 된 오프라 윈프리가 2013년 하버드대학교 졸업식에서 한 연설의 일부를 소개한다.

'실패 같은 건 없습니다. 실패는 우리를 삶의 다른 방향으로 인도해주는 것뿐입니다. 모든 실수로부터 배우십시오. 모든 경험, 만남, 그리고 특히 실수들은 교훈을 가르쳐주고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시켜주기 때문입니다.'

작년 신규 발령을 받은 새내기 교사 김선생님은 700명이 넘는 학생들과 50여명의 선생님들 앞에서 언제 조사를 했는지 학교 교목을 빗대어 부임인사를 했다.

"요즘 신규들은 역시 당당하고 자신감 넘쳐.", "요즘 젊은 친구들은 준비성도 좋아." 등의 부러움 섞인 선배교사들의 말이 이어졌으며 신규 같지 않은 이미지로 첫날을 시작했다.

김선생님은 3학년 담임과 도서업무를 맡게 되었으며 매일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며 수업연구와 업무 익히기로 열심히 지냈다. 수석교사인 나는 신규교사 적응을 돕는 연수를 진행하였고 수업 및 생활지도에 관하여 컨설팅도 해주었으며 김선생님은 유연하게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는 듯하였다.

3월이 지나고 어느덧 5월이 되었으며 김선생님은 동료장학을 위한 공개수업을 하였다. 처음 5분 정도는 여느 교실 분위기와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점차 교사와 학생들 간 상호작용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춘기가 심해진 학생들이 밀집된 중·고등학교 교실에서나 보여 질 수 있는 소위 교실붕괴현상을 보는 듯 했다. 수업은 어수선했으며 김선생님은 진땀을 흘렸고 참관하는 선생님들은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수업 후 컨설팅을 하는데 김선생님은 그제야 그동안의 어려움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우리는 학급세우기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하고 문제를 분석하고 전략을 짜서 투입하기 시작했다. 더욱 철저한 수업준비, 다양한 활동, 교사의 공정함과 인내력 등 노력은 하였지만 한 번 선생님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본 아이들은 여간해선 그 재미를 포기하지 않았고 급기야 6월에는 학부모들이 교장실로 모여와 담임교체를 요구하였다. 교사의 역량이 부족하여 교실에서 약자가 보호받지 못하고 공부하려는 학생들의 학습권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게 이유였다. 이런 중에도 담임교사 손에 든 리모컨을 빼앗아 멋대로 티비를 켜고 끄는 학생이 있었는데 결국에 담임에게 욕설까지 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학습권 보장을 내세운 학부모들의 요구는 더욱 거세졌으며 학교에서는 어떻게 수습을 해야 할지 난감한 지경에 이르렀다.

김선생님은 담임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며 동학년 선생님들과 수석교사인 나도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학교에서는 담임 유지를 결정하였다. 교장선생님께서는 학부모들을 설득했고 동학년 선생님들은 교실을 통째로 바꿔주는 불편까지 감수하며 내 반 네 반 할 것 없이 지도하였고 수석교사인 나는 상주하다시피 하며 함께 지도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이런 노력이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교실붕괴는 정도만 다를 뿐 여전했으며 또다시 학부모들의 담임교체 요구가 있었다.

김선생님은 심신이 지쳐갔으며 교직에 대한 회의에 빠지게 되었으며 매일 울었다. 이 때 함께 본 동영상이 바로 오프라윈프리의 2013년 하버드대학교 졸업 연설 장면이었다. 김선생님은 새내기 1년차 학급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지금이 실패가 아니며 이를 통해 더 단단해질 수 있다는 것을 믿기로 했다. 우리는 좀 더 이것저것 궁리를 하였고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아주 대단한 결말을 얻진 못했지만 우리는 무사히 학생들을 상급학년으로 올려 보냈으며 몇몇 학생들로부터는 고맙고 사랑한다는 편지를 받기까지 했다. 우리는 종업식을 마치고 서로 수고했다며 위로하고 다독였으며 방학을 맞이했다.

올해의 김선생님은 어엿한 2년차 교사의 길을 걷고 있다. 새내기 때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해 놓은 다양한 방법들로 학급운영의 초석을 만들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실수를 기억했다. 아직도 어려움이 많다고 가끔 만나면 얘기하지만 지금은 후배 신규교사들에게 경험담을 들려주며 용기를 잃지 말라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오프라 윈프리의 명연설 동영상을 추천하며 실수는 성장의 원동력일 뿐 실패가 아니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오은정 충주금릉초 교사
오은정 충주금릉초 교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