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다녀오셨어요?” “네!” “재미 있으셨어요?”하고 물으면 대답은 구구절절 사연이 많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밀려나와 길에서 시간을 다 보냈다느니, 가는 곳마다 사람에 치여 고생을 했다느니, 하고 다른 사람 때문에 라고 푸념을 한다.

양복 입을 때와 예비군복 입을 때와의 생각이 달라지듯이 휴가를 떠난다고 하면 이미 마음이 들떠 소리가 커지고, 그 동안 세상사에 서리서리 맺힌 짙푸른 한을 한꺼번에 풀어내 듯 술에 앉아 타령을 하고, 어떤 집은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못 먹어도 고’를 외치며 몸과 마음을 찌들고 지치게 만든다.

개구리가 움츠리는 것은 멀리 뛰기 위한 것이 듯 분명 휴가는 더 크고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하여 심신을 가다듬는 기간인 줄 다 알지만 이미 휴가가 끝나고 돌아올 때쯤이면 반은 초죽음이 되어 있고, 돌아와서 더 열심히 맡은바 업무를 처리하기는 커녕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뱀허물 같은 어깨의 허물을 뜯어내느라 상당한 기간이 지난 후에야 안정을 찾는다.

여가는 그리스어로 ‘스콜레(scole)’다. 영어 school(학교)의 어원이다. 즉 배우고 자기수양을 하는 것이 여가의 목적이다.

재미가 빠진 자기수양이란 도를 닦는 것과 같은 고통이 된다. 반대로 자기수양이 빠져버린 재미는 타락이다.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야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여가를 즐기고 웰빙을 추구하는 것이 현실을 도피하고, 정신없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남들 다 가는 곳에 가서 남들 다 노는 방식으로 똑같이 노는 것으로는 절대 행복해 질 수 없다.

이제는 문화의 역기능 및 하강 현상 등에 대한 문화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반성적 사고를 가질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J.G.홀런드는 ‘사람은 집에 있을 때 행복에 가장 가깝고, 밖으로 나가면 행복에서 가장 멀어진다’고 했다.

매년은 아니더라도 가끔 휴가비로 온 가족이 원하는 물건을 사고 남는 돈으로 먹거리와 삶에 도움이 되는 책을 사서 휴가기간 동안 읽는 다든지, 그 동안 바뿐 일상으로 못 찾아뵙던 시골의 부모님을 찾아 일손을 돕는 다든지, 또는 과로로 몸이 약해졌으면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심신운동이나 스포츠를 찾아 집중적으로 할 수도 있겠고, 주말농장이나 가까운 곳에 텃밭을 얻어 작은 씨앗 하나가 어느새 주렁주렁 수십 개의 열매가 맺히는 것을 보면서 한 평의 땅이 주는 위대함과, 이마에 땀을 흘리며 허리 굽혀 손수 가꾸고 거두는 작은 텃밭에서 우리들의 한 끼의 밥상이 얼마나 숭고하고 소중한 것인가를 아이들이 배우게 한다든지 무수히 많을 것이다.

휴식도 운을 놓치지 않는 비결 중에 하나이다. 쉴 때 무엇을 할 것인가에 따라 기회가 돌아올 때 유익하게 작용한다고 한다.

/음성 남신초 정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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