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병 / 김윤식

장미꽃 한 송이를 물었다

몸매가 官能的이다

탱고를 추는 여자의 視線이 불빛보다 붉다

탕 하고 무슨 총소리 같은 게 들린 것도 같다

靜寂을 깨는 것과 마찬가지로 흔히 깨뜨리는 것 중의 하나

지금은 막 춤을 끝낸 하나의 이미지처럼

테이블 위에 있다

장미꽃 한 송이를 몸의 가장 깊숙한 곳에 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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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병을 보고 정열적으로 탱고를 추는 여자를 떠올렸는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는 모르겠다. 그것을 순서가 없이 다가올뿐더러 그리 중요하지도 않다. 시인은 다만 이미지를 떠올린 순간, "탕 하고 무슨 총소리 같은 게 들"렸을 것이다. 이렇듯 어떤 이미지는 갑자기 총 맞은 것처럼 온다. 그래서 우리는 탱고를 열심히 추는 여자의 발바닥이나 나이, 그녀의 근원적인 고향까지도 궁금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 최호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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