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들장같이 따뜻한 온기를 담은 일상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난해하지 않고 겸손한 언어로 누구나 공감하는 건강한 수필을 쓰고 싶어요. 구들장같이 온기 있는 언어로 따뜻한 수필을 쓰고 싶습니다."

박종희 수필가가 첫 수필집 발간 9년만에 산문집 '출가'를 내놓았다.

'푸른사상 산문선 28'로 출간된 이 책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조곤조곤 전해주고 있다.

박 수필가는 총 5부로 구성된 42편의 작품속에 친정과 시가의 부모님들을 비롯한 가족들의 이야기와 평범한 일상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치매 환자가 돼 고단했던 인생살이의 기억을 하나하나 흘려보내다가 돌아가신 시어머니, 이제는 다시 받아볼 수 없는 친정어머니의 따뜻한 밥상. 변변한 구두 한 켤레 제대로 사드리지 못했던 친정아버지. 그분들에 대한 애틋함과 그리움과 죄스러움이 섬세하게 표현돼 있다.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던 작가는 매콤한 낙지볶음을 즐겨 먹으면서 매운 맛에 익숙해진다. 이는 고난과 시련, 인생의 풍파를 겪으며 단단해진 작가의 내면과도 흡사하다. 잘 발효된 무 효소처럼 인생을 살아가며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한 인간의 모습이 투영된 이 산문집은 독자들에게 진하고 깊은 감동과 공감을 자아낸다.

박 수필가는 수필을 쓰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마음을 다스리고, 놓치고 사는 것을 다잡고, 아쉽고 서운했던 것들과 화해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친정과 시가의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의 이야기와 자신의 일상을 진솔하게 풀어낸 이야기들은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인식시켜준다.

박 수필가의 단단한 내면과 구들장 같은 내용과 섬세한 표현은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전해줄 뿐만 아니라 삶의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한다.

박 수필가는 "수필은 나에게 나침반"이라며 "수필을 쓰면서 나를 돌아보고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수필 안에서는 내가 놓치고 사는 것을 잡을 수 있었고 아쉽고 서운했던 것들과도 화해할 수 있어 좋았다"며 "글이 나를 대변하듯 내가 살아가는 모든 일상은 수필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첫 수필집 발간 후 9년만에 묵은 글이 된 원고를 출가시키려니 아쉬움과 후련함이 교차한다"며 "한없이 부족하지만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공감하고 위로받는 이가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부끄러움이 덜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수필가는 글쓴이의 심성에서 글의 품격과 심성이 나온다고 생각하고 있다.

임헌영 문학평론가는 "박종희의 글은 잘 발효된 무 효소 같다. 밥과 국처럼, 꽃과 나무처럼, 강과 산처럼 그녀의 문학은 누구에게나 편안한 안락의자가 되어준다"며 "이번 수필집에서는 다양한 삶의 모습이 토르소처럼 전개돼 우리 시대 보통 사람들의 체취가 물씬 풍기는 게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박종희 수필가
박종희 수필가

박 수필가는 충북 제천 출생이며 청주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문학세계' 수필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수필집으로 '가리개'가 있다. 서울시 전국 수필공모전 대상, 시흥문학상 우수상, 올해의 여성 문학상, 매월당문학상, 등대문학상, 경북문학대전, 김포문학상 등을 받았다. 2014년 '동양일보' 신인문학상에 소설이 당선되기도 했다. 최근 제1회 119문학상 전국공모전에서 '볼 빨간 소화기'로 소설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한국산문작가협회, 충북수필문학회 회원, 충북작가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며 충북문화재단과 세종시 문화재단에서 수필 창작 플랫폼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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