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16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 개회식 장면

충북이 국제 스포츠외교 무대의 전면에 서는 디딤돌로 기대되던 세계무예마스터십이 존폐 기로에 섰다. 충북도의회 상임위에서 전액 삭감되는 우여곡절 끝에 대회운영을 총괄하는 마스터십위원회(WMC) 운영비와 인건비 일부가 살아났다. 하지만 관련 사업예산은 모두 삭감되는 등 위원회 명맥을 유지하는 선에서 조정돼 내년 1년 활동 결과에 따라 운명이 갈리게 됐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구가 따로 있으며 무엇보다 대회의 성과에 대해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는 게 예산삭감의 삭감 이유다. 존폐 기로에 선 까닭이 WMC에 있다는 것이다.

먼저 도의회측의 삭감 이유는 타당하다 할 수 있다. 국제대회 타이틀로 대회를 두번이나 치렀지만 참가 선수 수준이나 대회 운영, 관람객 수 등에서 모두 기대에 못미쳤다. 수백억원이 투입됐지만 안방잔치에 그쳤다는 지적이 뒤따를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대한민국과 충북을 벗어나 국제행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3회 대회 개최지 결정이 불발됐다. 그동안 WMC가 그렸던 청사진이 한낱 종잇조각이 돼 버린 것이다. 그런 만큼 도의회로서는 할일을 했다고 봐야 한다. 이시종 지사의 역점사업이라고 해서 문제를 못본 채 넘겨서는 안될 일이다.

무예마스터십 예산 논란은 지난 2016년 첫 대회때부터 불거졌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선거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WMC측은 대회의 발전 가능성과 그 의미로 답변을 대신했다. 올 여름 2회 대회를 준비하면서는 세계3대 스포츠기구인 GAISF(국제경기연맹 총연합회) 공식후원에 이어 3회 대회 해외개최 가능성을 널리 알리는 등 미래에 대한 투자임을 강조했다. 그런 청사진이 물거품이 됐으니 유구무언일 수 밖에 없다. 자립방안도 없이 관련 비용을 계속 도에 의존하는 것도 마뜩지 않은 부분이다. 결국 터질 게 터진 셈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무예마스터십을 그냥 버려서는 안된다. 이제껏 들인 돈과 노력도 그렇지만, 각국의 전통무예를 바탕으로 새로운 국제스포츠 축제를 만들겠다는 대회 취지는 여전히 유효하며 이를 위한 도전도 나름 의미가 있다. 내년 9월 WMC 총회에서 차기 대회지가 결정된다고 하니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 현상 유지가 아닌 한단계 도약하는 단계인 것이다. 이런 과정이 거듭되면서 대회 유치권 등 수익구조도 마련될 수 있다.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개척하며 지금까지 온 만큼 조금 더 기회를 주는 것이 맞는 것이다.

이제 WMC는 전화위복의 길을 가야 한다. 이런 위기를 거치면서 행사의 내실을 더 다져야 한다. 설령 해외에서 한두번 대회가 열린다고 무예마스터십이 안착되는 것은 아니다. 성패는 내부에 있다.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실속있는, 짜임새 있는 운영이 더 중요하다. 그런 것들이 더해져야 '글로벌 무예축제'가 되고, 세계적인 스포츠외교 무대로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위원회의 존폐가 걸린 기로에서 가야할 길은 분명하다. 차기 대회지 결정 등 내년 총회의 성공개최는 물론이고 위원회 역시 조금씩이라도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 결실이 어디에 어떻게 가느냐는 그 다음에 따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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