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장병갑 정치부장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사실상 시작됐음을 알리는 총성이 울렸다. 17일부터 총선에 출마하는 예비후보들의 등록이 시작됐다. 총선 예비 후보자들은 레이스를 시작했지만 후보들마다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선거구 획정이 어떻게 될지 몰라 '깜깜이' 등록을 해야 할 판이다. 여기에 충청권은 분구가 예상됐던 세종시마저 영호남 밥그릇 싸움에 인구 기준이 오락가락하면서 분구가 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선거법을 두고 여야의 기 싸움이 길어지면서다. 예비 후보자들은 자신이 출마할 선거구가 통·폐합될지 여부도 모른 채 예비 후보자 등록을 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처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대 총선 전에 선거구 획정을 선거일 1년 전에 확정토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총선이 120일도 남지 않은 현재까지도 연내 선거구를 획정할 수 있을지도 가늠조차 할 수 없다. 법 개정이 무색하다.

지난 주말 TV에서 우리나라 최고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무한도전이 재방송하는 것을 봤다. 총선을 앞두고 우연이었을 까, 선거를 주제로 한 '무한도전 선택2014'. 프로그램은 무한도전 10주년을 앞두고 앞으로의 10년을 이끌어갈 새로운 리더를 선출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방송된 시기는 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었던 지난 2014년이다. 방송 날짜도 6월 4일 선거를 불과 한 달여 앞둔 5월 초부터 중순까지였다.

이 프로그램의 방송으로 당시 지방선거 투표율이 상승하면서 무한도전이 지방 선거 홍보에 기여한 공로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대통령표창 및 감사패를 수여받았다. 당시 6회 지방선거 투표율은 56.8%였다. 이는 5회 지방선거 54.5%, 4회 51.6%, 3회 48.9%, 2회 52.7%, 1회 68.4% 등 1회 지방선거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투표율이었다. 그러나 다시 보는 무한도전의 '선택 2014'는 단순히 지방선거 투표 독려를 위한 선거특집 프로젝트 프로그램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세삼 느끼게 됐다. 돌이켜 보면 무한도전이 국민들로부터 받았던 사랑이 큰 만큼 당시 출연했던 길의 음주음전은 국민들을 실망시키게 충분했다.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회피도 책임 떠넘기기도 없었다. 길의 음주운전 논란에 자신들의 책임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변명의 말도 없었다.

또 당시의 세월호 피해자들에 대한 진심어린 위로와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어린 학생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통함에 머리를 숙인 모습은 바로 우리 정치권이 부끄러워하고 고개를 숙여야하는 본 모습이었다. 당시 우리 정치를 풍자하는 모습은 현재의 정치권에도 커다란 교훈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제 우리는 '선택2020'을 앞두고 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자유는 지키는 자만의 재산이다. 그러므로 자유는 권리가 아니라 의무이다"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이 생각난다. 아무리 좋은 마음을 갖고 이상을 꿈꾼다고 한들 결국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야 말로 격동의 정치권이다.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은 국민뿐이다. 결단하고 행동할 때다. "대세를 쫓아가시겠습니까, 대세를 만드시겠습니까?"라는 '선택2014' 프로그램의 마지막 발언이 아직도 귓가에 멤돌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리더의 모습'을 찾아야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장병갑 정치부장
장병갑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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